제조업체 A사의 박모 대표는 요즘 부쩍 고민이 깊다.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차별금지 규정을 들이대며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 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지금쯤이면 노동부가 차별시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며 “이러다 법 시행 뒤에 큰 낭패를 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7월 시행을 앞둔 비정규직법의 핵심 중 하나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다. 법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성과금 차등 지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정규직이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았다며 중노위에 기업을 제소하는 사건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는 법 시행 두 달도 안 남은 현재까지 차별시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어 큰 혼란이 우려된다. 비정규직법에 규정된 차별금지 조항은 너무 막연하다.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을 사용주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라고만 돼 있다. 비정규직 차별 분쟁에 대한 선례가 없는 기업들은 “이런 모호한 규정으론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정부는 차별 제소의 절차와 신청ㆍ피신청인에 대한 구분도 명확히 하지 않았다.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무차별적 제소 사태를 우려하며 “정부는 우선 비정규직이 차별을 판단할 구체적인 비교 대상 근로자와 사업장을 조속히 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 규정대로라면 불합리한 차별을 느낀 비정규직은 누구나 중노위에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며 “폭주하는 차별 제소에 대응하느라 기업들이 골병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이 달 말쯤 차별시정 절차 등을 담은 안내서를 중노위에 넘겨 이를 토대로 6월 초에는 모의 차별시정위원회를 여는 등 비정규직법 시행에 본격 대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