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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전한 회식·음주 강요로 정신적 고통… "3000만원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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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전한 회식·음주 강요로 정신적 고통… "3000만원 배상하라"

입력
2007.05.06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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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도망가는 사람은 내무생활 각오해라.”, “술을 못하긴 왜 못해, 한 잔 쭉 해봐.”, “오늘 3차까지 아무도 빠지지 않는 거다.”

직장인이라면 상사나 선배 입장에서 한번씩 해봤을 말들이지만 앞으로는 입 조심을 단단히 해야겠다. 직장 회식 때 술을 강권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량이 맥주 2잔 정도인 A(여)씨는 2004년 4월 온라인게임업체에 취직했다. A씨는 입사 면접 때 “소주는 전혀 못하고 위장병이 있어 2년 전 술을 마셨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가 배치된 마케팅부서 B부장은 유달리 부원들의 단합을 강조하며 회식 참석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출근 첫날 환영회식에서 A씨가 술을 피하자 B부장은 “술을 대신 마셔주는 ‘흑기사’ 남자직원과 키스를 시키겠다”고 강요했고, A씨는 억지로 소주 2,3잔을 마셨다. 또다른 회식에서 한번은 A씨가 몸이 아프다고 하자 B부장은 “술을 마실래 아니면 내일부터 나한테 쪼임 당할래”라며 술을 권했다. A씨가 몰래 회식자리를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B부장은 다음날 출근해 “말도 없이 도망갔다”며 심하게 질책했다.

B부장은 일주일에 2,3번씩 회의 명목의 술자리를 만들었고, 이런 모임은 대개 다음날 새벽 3,4시가 돼야 끝나곤 했다. A씨는 술자리에 가는 게 싫었지만 B부장이 자신을 ‘기피부서’로 보낼까 봐 겁이 났다. B부장은 술자리에서 A씨의 어깨를 쓰다듬거나 상의에 얼음을 집어 넣는 등 성희롱성 접촉까지 했다.

A씨는 계속된 술 때문에 위염이 재발했고, 늦은 귀가 문제로 4년간 사귀어온 남자친구와 싸우다 헤어졌다. 결국 A씨는 같은 해 6월 초 회사에 사직의사를 밝힌 뒤 B부장을 형사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냈다.

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 강영호)는 6일 B부장에게 7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을 깨고 “B부장은 A씨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음주를 강요한 것은 개인의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라며 “A씨가 음주로 건강을 해친 것 또한 신체에 대해 상해를 가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합리적 이유없이 근무시간 외에 회식자리를 만들어 일찍 귀가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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