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현재 북한이라는 책의 마지막 챕터(장)를 읽고 있습니다. 북한에 곧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4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 헝가리대사관에서 만난 토르자 이슈트반(53)대사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북한의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자 대사는 "언제나 그래왔듯이 북한 문제는 좋아졌다가도 금방 나빠지는 주기를 반복하면서도 궁극적으로 대단원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주변의 국제관계, 특히 북한의 동맹관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북한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의 앞날에 대한 그의 전망은 어느 북한 전문가보다 깊이 있고, 치밀하며 호소력도 있다. 물론 그만한 이유가 있다. 토르자 대사는 1982년 외교관의 첫발을 평양에서 뗐다.
평양에서 무려 5년을 보낸 뒤 북한에 대한 책을 냈으며, 이후 서울에서 5년 근무를 마친 1992년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땄다. 학술지에도 다수의 북한 관련 연구 성과를 게재했다.
2003년 8월 대사로 부임하기 직전 토르자 대사는 헝가리 외교부 장관에게 한국에 대사로 가면 다시 박사학위를 쓰겠다고 공언했단다. 그 말은 작년에 '북한의 핵문제와 동북아시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란 제목으로 결실을 맺었고, 부다페스트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에서 두 번째 박사학위를 받았다.
토르자 대사는 그러나 "29년 외교관 생활 중 14년을 한반도에서 살았고 한반도를 연구한 덕분에 사람들은 나를 한반도 전문가라고 부르지만, 제가 북한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딱 50%만 믿어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이유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북한은 정보 통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워서 50%는 사실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실에 기반한 추측이라고 말한다.
토르자 대사가 평양에서 겪은 일화 한 토막. 평양 주재 헝가리대사관에서 외국인 전용 술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개가 있었지만 북한 당국은 오직 한 가지 길만 허용했는데, 헝가리 외교관들이 대사관 복귀 시 술에 취해 객기로 다른 길로 들어가면 곧바로 중무장한 북한군 트럭이 와서 제지했다. 그 정도로 북한은 통제가 심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이 북한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을 말할 때, 북한 정권과 북한 사람들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공산권이었던 헝가리가 볼 때도 북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운 생활은 마음이 아픕니다. 일반적인 북한 사람들의 삶은 여러분들이 상상하기도 힘드실 겁니다."
그는 "북한이 고립되거나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다고 해서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며 "남북간의 문제는 경제적 격차가 아니라 이념적 격차"라고 지적했다.
토르자 대사는 양측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한에는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한국에는 대북 포용정책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북한이 한국의 포용정책을 지속시키려는 전제 조건으로 핵무기로 한반도나 동북아를 위협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6자회담의 2ㆍ13합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1988년 한국과 헝가리가 비밀리에 수교 협상을 할 때 그가 협상단에 포함돼 있었고, 주한 헝가리 대사관의 위치를 정하는 것도 그의 임무였다.
대사 개인적으로도 그의 쌍둥이 아들과 딸(1990년생)은 한국에서 태어난 첫 헝가리 사람인데, 그것도 남북한 합작에 의한 노력의 결과였단다.
"80년대 평양에서 열린 외교파티에서 북한 당국자들이 개성 인삼주가 정력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며 술 안에 든 인삼뿌리까지 먹게 했는데, 그 효과를 몇 년이 지나 서울에서 본 것 같습니다. 허허허."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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