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가계 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대부분의 가계가 자산을 부동산에 묻어 놓고 있는 상황에서 집값은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르고 있어 가계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의 위험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기를 자꾸 강조하는 것 자체가 위기를 초래하는 위험성을 경계해야겠지만, 가계의 대출 상환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금융자산은 8.6% 증가한 데 비해 부채는 11.6% 늘어나 자산 대비 부채 규모가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소득으로 빚을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부채 규모 역시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말 사상 최고인 1.42배나 됐다고 한다. 집값 상승 바람을 타고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여기에 한국은행의 긴축정책으로 담보대출 금리까지 최근 치솟으면서 가계의 자금압박은 더욱 조여든다. 과도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긴축정책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이제 그 부작용에도 관심을 돌려야 할 때다. 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환율 하락을 유발하게 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하지 않다.
더욱 조심해야 할 부분은 주택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이용섭 건설교통부장관이 지적한대로 현재 집값 하락 폭은 미미한 수준이며, 일부 급매물에 한정돼 있다.
그 동안 오른 폭을 감안하면 이제 시작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투기심리를 확실히 잠재우고 주택시장 안정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은 일시에 가격이 폭락하는 경착륙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안정되는 연착륙이어야 한다. 가계 자산의 80% 가량이 부동산인 상황에서 급속한 집값하락은 가계를 파산으로 몰고 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갑자기 경색되거나 마비가 오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장기적인 가격하락 안정세를 유도하는 차원 놓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