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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해답없는 여자 방정식 사랑으로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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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해답없는 여자 방정식 사랑으로 풀어라"

입력
2007.05.0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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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외수(61)씨는 30여년 간 살던 강원 춘천시를 떠나 작년 초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로 거처를 옮겼다.

옛 집에선 인근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소음으로 고통스러웠다는 이 씨는 “청정 자연 속에 자리잡은 새 작업실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보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진(精進)의 다짐이 원고지 300매 분량의 에세이로 다시금 결실을 맺었다.

심리 분석이나 연애 지침, 때론 묵직한 명상이나 문명 비평으로 읽히는 203개의 토막 글을 해독할 키워드는 ‘여자’다.

“여자, 은하계를 통틀어 가장 난해한 생명체”라고 말문을 튼 작가는, 여자를 나타낸다는 괴상한 방정식을 한껏 풀어 쓰곤 “공식을 만든 격외옹에게 물아보아도… 해답을 얻어낼 수가 없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격외옹(格外翁)은 ‘격식을 버리고 살아가는 노인’이란 뜻으로, 류근 시인이 작가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자신도 풀지 못할 ‘여자 공식’을 던져놓고 작가는 이렇게 제언한다. “부디 탐구하지 말고 그저 모르는 상태로 무조건 사랑하라”고. “레드카드가 무서워 축구를 그만 두는 축구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라는, 자못 의미심장한 비유로 거들면서 말이다.

하여 이후 각양각색의 물꼬를 트며 흘러 다니는 수상(隨像)은 ‘여자를 무조건 사랑하는 일’을 그 본류로 삼는다. 그 수면 위에 이외수 특유의 능란한 언어 유희가 반짝임은 물론이다.

“여자는 전철 한 구간이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열두번씩 바뀌는 동물”로 일컫거나, “여자가 무드에 약한 것은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감수성 때문”이고 “유행에 약한 것은 사치성 때문이 아니라 심미안 때문”이라는 등 작가는 부지런히 여성의 심리를 탐색한다.

여자는 “불안이라는 괴물이 아니라 안심이라는 괴물”을, 남자라면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된장녀’를 경계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또 “갑자기 늑골 속이 환하게 밝아”지는 사랑의 환희를 예찬하고 “세상에는 슬픔 없이 벙그는 꽃이 없고 아픔 없이 영그는 열매가 없다”며 실연의 아픔을 위로한다.

작가의 사랑론이 올망졸망한 심리 분석에만 머물진 않는다. 진정한 사랑 대신 속물적 욕망이 판치는 요즘 세태를 엄준히 꾸짖을 때 이외수의 문장은 문명 비평의 그것과 닮아간다.

“사랑을 가르치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교육, “정체를 알 수 없는 욕구불만을 성욕발산이나 물욕충족으로 해소”할 것을 권하는 대중매체, “주경야독 대신 주경야동”하는 인터넷문화가 ‘욕망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사랑은 결국 온 생애를 다 바쳐 아름다움의 반대말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는 203번째 글은 작가가 역설하는 사랑이 단순한 성애가 아닌 인간의 근원적 가치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작가와 25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세밀화가 정태련씨의 야생꽃 그림들이 문장의 아취를 더한다.

이외수 글ㆍ정태련 그림 / 해냄 발행ㆍ248쪽ㆍ1만2,000원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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