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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총과 가스총도 구별 못하겠냐. 분명히 권총이다."
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이 보복 폭행 당시(3월 8일) 자신에게 황금색 손잡이의 권총을 겨눴다고 밝혔던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조모(41) 사장은 최근 "가스총을 잘못 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색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사장은 정작 경찰 조사에서는 "총기는 없었다"고 입장을 번복했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 회장은 사격경기용 권총 2정, 엽총 8정, 공기총 1정을 보유하고 있다. 종로구 가회동 주민인 그는 관할 종로서에 8정(엽총 7정, 공기총 1정)을 영치했다. 나머지 엽총 한정과 권총 2정은 태릉사격장에 보관돼 있다.
김 회장의 총기 소지는 현행 법이나 대한사격연맹 규정 상 문제가 없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 등 단속법'에는'심신상실자나 마약ㆍ알코올 중독자, 정신장애자 등을 제외하고 총포를 소지하고자 하는 자는 주소지 관할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게다가 시ㆍ도 사격연맹이 선수 자격을 주면 몇 정을 가지든 아무 제약이 없다.
김 회장은 2002년 10월 서울시사격연맹에 선수로 등록된 만큼 법적 하자가 없다. 연맹 관계자는 "만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선수등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수 등록과 총기 수입 추천권을 쥐고 있는 사격연맹 집행부의 핵심 보직은 한화그룹 임원이 맡고 있다. 화약을 만드는 한화는 예전부터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사격연맹과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2002년 6월에는 대한사격연맹 회장에 김정(64) 한화갤러리아 상근 고문이 취임했다.
황용기(55), 이종권(53) 갤러리아 상무도 사격연맹 부회장이다. 때문에 김 회장의 사격 선수 등록과 총기 소유가 일반인에 비해 손쉬웠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 회장은 김 고문이 사격연맹 회장을 맡은 지 4개월 뒤인 2002년 10월 사격선수 자격을 얻었고 이후 스위스제 햄머리 SP20 22구경 및 32구경 속사권총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태릉사격장 측은 권총 관리대장 공개를 거부했다. 사격장 관계자는 "사유재산에 대해 본인 동의 없이 관련 내역을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총기 사용 여부와는 별개로 사격 선수 등록과 총기 소유 규정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조직폭력배라도 전과만 없으면 사격 선수가 돼 총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자기 총기를 갖기 위해 사격 선수 등록을 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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