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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방과 후 학교] 청평문화예술학교 가평 조종初 교육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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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방과 후 학교] 청평문화예술학교 가평 조종初 교육현장

입력
2007.05.0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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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 가평군 조종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3층 대강당, 고사리 손의 1학년 여학생들이 큰 목소리로 선생님이 준 질문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봄이면 뭐가 생각나죠?”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진달래, 개구리에서부터 두더지와 사슴벌레 등 저마다 경쟁을 하듯 답을 쏟아냈다. 아이들이 나름대로 머리 속에 있는 봄의 이미지를 말하는 것을 지켜본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며 다음 과제를 냈다. 봄의 이미지를 준비해온 크레파스로 그려 몸으로 표현해보자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를 직접 그린 다음 몸짓으로 그 내용을 표현하느라 애썼다. 그러나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청평문화예술학교가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인 ‘21세기형 다빈치를 만든다-예술과 함께 떠나는 계절’ 의 수업 은 이처럼 여느 수업과는 한참 달랐다. 무용 도구라고는 실내화 하나가 전부인 독특한 무용 교육이 이뤄졌다.

●무용 기술보다는 창의력 향상이 목적

청평문화예술학교 대표이자 강사인 진수영(41ㆍ여)씨는 “무용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몸짓을 통해 스스로 창의력을 기르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진 대표에 따르면 1학년 학생들은 이제 겨우 제도권 교육을 받기 시작했지만 사고는 이미 이외로 경직돼 있다.

실제 이날 아이들이 그린 봄 이미지를 보여주며 “나무와 꽃이 다잖아요. 나무도 다 똑같고 꽃도 많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창의력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했다. 나무도 한결같이 그냥 서서 팔을 벌린 채 있을 뿐이었다. 진 대표가 “바람이 불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라며 몸을 흔들자 그제서야 아이들이 신나게 따라 했다. 자연스럽게 무용을 배우는 것이다.

●재미로 아이들의 본능을 깨워

수업시간은 1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긴 2시간이다. 40분 수업도 지겨워서 몸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2시간 교육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청평문화예술학교가 진행하는 수업에서 애들은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게임을 통해 음표를 배우고 전통 가락에 걸맞은 쉬운 춤을 배우며 휴식을 갖는다.

바이킹, 오뚜기로 이름 붙여진 스트레칭도 게임이나 다름없다. 재미가 있으니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수업이 끝난 후 이현주(8)양은 “벌써 끝났어요?”라며 아쉬워 했다. 재미있는 수업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하면 창의력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고 진 대표는 말했다.

조종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담당 교사인 김선미(42)씨는 청평문화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지켜보며 “지역 예술단체의 힘이 절로 느껴지고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 동안 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정작 강사들이 산골까지 오질 않아 무산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몰려 급여를 많이 줄 수 있는 실기 과목만 만들게 된 것이 현실이었다. 김 교사는 “청평문화예술학교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꿈도 꾸지 못할 훌륭한 교육을 받게 됐다”며 만족해 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 지난해 문 연 '청평문화예술학교'

전통 무용가인 진수영(41ㆍ여) 대표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예술인과 일반인, 소외계층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설립한 비영리문화예술단체다. 경기 청평군을 중심으로 가평군과 광주시 일대에서 주로 공연과 무용,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예술학교는 2000년 진수영씨가 자신의 이름을 딴 ‘진수영 무용단’으로 출범했다. 국립국악고등학교를 나와 경희대에서 무용을 전공한 진 대표는 당시 취업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후배들과 제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지인들과 함께 전통 무용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 무용단을 만들었다.

이후 대한민국 무용제와 각종 지방공연에 참가하고 미국 일본 대만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등 명성을 쌓았다.

진 대표는 2005년 개인 사정에 따라 청평으로 이사를 오면서 지역 문화예술 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곧바로 문화예술 교육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간판도 청평문화예술학교로 바꿔 달고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는 지역 주민들과 장애인, 그리고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예술문화 교육사업을 전개했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전문강사 10여명을 영입하고, 매달 교육 평가서를 작성하는 등 수준 높고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까지 공연도 함께 했지만 올해부터는 경기 지역내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과 지역 주민 문화예술 교육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진 대표는 “기능적으로 무용을 가르치는 교육은 배제하고 전통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면서 다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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