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의 말씨앗… 아이들과 소통에 도움
퇴근하면 TV와 신문을 껴안고 살고, 주말만 되면 방 안을 굴러 다니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잠을 청하기 바쁜 아빠. 이런 잠꾸러기 아빠들이라면 가슴이 뜨끔해질만한 동화 한 편이 나왔다.
마두의 아버지는 귀차니스트 잠꾸러기 아빠의 전형이다.
마두의 생일선물로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로 했지만, 그 약속은 까맣게 잊고 세상 모르고 곯아떨어져 있다. 잠을 깨우면 잠을 깨운다고 역정을 내고, 눈만 뜨면 ‘숙제하라’고 잔소리하는 ‘빵점짜리’ 아빠다.
정에 굶주린 마두가 눈물을 글썽이며 ‘누가 아빠 좀 바꿔주세요’ 라고 되뇌는 것을 탓할 수만은 없다. 놀랍게도, 마두가 백번째로 그 말을 했을 때 그 소원은 이뤄진다! 말(言)씨앗을 관장하는 꽃감관이 나타나 마두의 소원을 들어준 것.
아빠를 바꿀 네 번의 기회가 있는데, 마두는 다리가 욱신거릴 때까지 놀아주는 ‘잘 놀아주는 아빠’ , 퍼즐, 레고, 총 등 갖고 싶은 것은 모두 사주는 ‘부자아빠’ , 씻지 않고 학교를 가지 않아도 꾸짖지 않는 ‘오냐 아빠’를 차례로 선택한다.
그러나 잘 놀아주는 아빠는 돈이 없고, 부자아빠는 권위적이고, 오냐아빠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마두는 ‘폐렴에 걸리자 밤새 간호해주고, 버섯 알레르기가 있는 자신에게 버섯을 빼고 음식을 차려주던’ 진짜 아빠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
<마두의 말 씨앗> 은 아이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 아빠들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잃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것을 잃는 것’ 이라는 교훈을 주는 동화다. 마두의>
직장생활의 피곤을 핑계로 아이들과 대화하지 않고 그저 ‘걸어다니는 지갑’ 구실을 하는 아빠들이라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이 동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돈 잘 벌고 집안일 잘 도와주고 아이들과 열심히 놀아주라니… ‘슈퍼맨 아빠’ 를 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아빠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아주 작은 일이다.
갖은 곡절 끝에 진짜 아빠를 만난 마두가 아빠와 목욕탕에 가서 서로 때를 밀어주고 장난치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는 장면을 보라.
아빠들만 일방적으로 꾸짖는 동화는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이 왜 생겼는지를 알려준다. 말 한 마디를 하더라도 긍정적이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작가 문선이씨는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친해지지 못하면 낯선 아빠가 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들은 자녀들에게 낯선 아빠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며 “ 아이들과 소통하기를 바라는 많은 아빠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선이 글ㆍ정지윤 그림 / 사계절발행ㆍ144쪽ㆍ7,800원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