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 앞에서 정치권은 오랜만에 하나가 됐다.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4일 김 회장 사건과 관련한 이택순 경찰청장의 보고를 받고 “재벌 봐주기 수사”라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런 식의 수사로는 경찰이 열망해 온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도 놓았다.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3월8일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고도 20일 이상 수사를 지연시킨 이유가 뭐냐”며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당 이상배 의원은 경찰 수뇌부와 한화그룹 고문들의 인맥을 지적했다. 이택순 청장의 고교 동기 동창인 유모씨가 한화그룹 계열사의 고문으로 영입된 데다, 한화건설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을 맡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의 고교 선배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경찰 수뇌부가 로비를 받고 사건을 지연ㆍ축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기준 의원은 “김 회장의 아들이 해외로 나간 뒤 출국금지 조치하고 압수수색을 하기 전에 미리 이 사실을 외부에 유출하는 등 수사상 드러난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경찰의 수사권 독립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첩보를 입수하고도 즉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남대문서로 사건을 넘긴 게 문제”라며 “수사 과정상 잘못에 대해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이 청장을 몰아세웠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은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수사가 급진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다그쳤다. 홍미영 의원도 “경찰청장이나 서장이 보고를 받고 수사를 안했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그런 것을 명확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물 건너 가게 된다”고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