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이 '5월 말 빅뱅설'로 요동치고 있다. 108석의 거대 정당인 열린우리당의 와해나 분열이 가시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당내의 양대 주주인 정동영ㆍ김근태 두 전직 의장이 직접 탈당과 당 해체 카드를 꺼내면서 범여권 새판짜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일 우리당 경선 불참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정 전 의장은 자신의 출판기념회가 예정된 22일을 전후해 탈당하려는 결심을 굳힌 상태다. 김 전 의장도 이날 우리당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의장 역시 이미 탈당 의사를 굳혔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당의 존재 자체가 대통합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에 두 전직 의장이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5월 말까지 실무적으로 대통합신당을 위한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이달 말이 결단의 시점임을 시사했다. 두 사람은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리당이 영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5월 중에 범여권 빅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들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에 따라 범여권은 사실상 예비후보들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이미 우리당 내 민평련과 우리당 탈당파인 민생모임은 김근태ㆍ천정배 두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한 '진보블록' 형성에 나선 상황이다. 정동영 전 의장측은 동반 탈당을 결행할 의원 수가 30여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덕규ㆍ정봉주 의원 등 10여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손학규 전 지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고, 우리당 내 여성의원을 중심으로 한명숙 전 총리 지원그룹도 세를 형성해가고 있다.
범여권 대선주자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추진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김 전 의장은 5ㆍ18을 맞아 대선 예비후보들이 공동 참배를 한 뒤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했다. 정 전 의장과 손 전 지사는 7일 조영남 콘서트에서의 자연스런 만남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논의 틀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 전직 의장이 대규모 탈당을 추진할 경우 우리당 내에서는 당 해산 여부를 둘러싼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당 해체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우리당 지도부는 "차라리 당을 떠나라"(장영달 원내대표)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말 이후 범여권 대통합 신당의 실체가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친노 진영은 독자세력화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정동영계와 김근태계가 손 전 지사 등과 손을 잡고 통합신당을 추진할 경우 우리당 잔류 세력은 청와대 출신이 주축이 된 '참여정부 평가포럼'과 함께 '친노 신당' 창당으로 대응할 공산이 크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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