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처음 시판된 농심(구 롯데공업)의 새우깡은 지난해 말까지 모두 62억 봉지, 돈으로는 9,900억원 어치가 팔렸다. 우리 고유의 과자 중 하나인 뻥튀기에서 힌트를 얻은 이 제품은'원조'의 명성 위에서 포장과 성분의 개선 등 변신을 거듭하며, 35년 여 동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든 계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최장수 국민스낵'이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비결은 뭘까. 기존 브랜드 내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브랜드 재활성화, 즉 DHA새우깡 쌀새우깡 매운맛새우깡 등의 혁신적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결과란다.
▦ LG경제연구원이 최근'고객의 바람기를 잡아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대부분의 고객은 특정 브랜드를 한번 선택하면 다음 번엔 그 브랜드의 구매를 줄이는'다양성 추구경향'을 갖고 있는 만큼, 이 바람기를 제대로 관리하느냐의 여부가 기업 또는 제품의 성패를 가름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M카드 S카드 T카드 등 알파벳 마케팅을 동원해 같은 브랜드 안에서 대안을 제시한 현대카드, 한 제품의 광고를 동시 시리즈로 선보여 고객을 관심을 붙잡은 빙그레 바나나우유 등도'바람기 관리'의 성공사례로 꼽는다.
▦ 고객의 바람기가 문제되는 곳은 기업영역만이 아니다. 표에 목매다는 정치영역에서 이 대목은 훨씬 민감해, 때론 호소를 넘은 너절한 읍소도 판친다.
노무현 정권을 만든 위대한 민심이 집권 1년도 안돼 등을 돌리는 듯하다가 4ㆍ15 탄핵총선에선 한나라당을 박살내고, 5ㆍ31 지방선거와 잇단 재ㆍ보선에선 집권여당을 울게 하더니, 4ㆍ25 재ㆍ보선에선 한나라당을 다시 땅에 패대기쳤으니 정치인들이 두려울 법도 하다. 그렇다고 유권자의 바람기를 탓할 처지도 아니다. 전여옥 의원의 말처럼'변심은 유권자의 기본이자 특권'으로 받드는 게 상책이다.
▦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일찍이 바람기 많은 유권자들이 즐기는 게임을'공중에 띄웠다가 땅바닥에 떨어뜨리기'라고 부르며 독특한 통찰력을 보여줬다. 유권자들이 반감의 대상을 응징하는 사이에 반사이익을 얻는 세력은 공중에 뜨게 되고 간도 붓게 되지만, 그들이 땅에 떨어지든 간이 배밖에 나오든, 유권자들은 뒤돌아서서 제갈길을 갈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한나라당 꼴을 보면 고객의 바람기는 안중에도 없다. 변심에 따른 위험은 고객의 책임이라는 투다. 어느 재벌의 빗나간 아들 사랑도 그런 자신감의 발로였겠지만, 고객의 변심은 늘 무죄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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