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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리 아이들의 행복

입력
2007.05.0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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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국의 아이들은 젖을 떼자마자 경쟁의 바다에 던져지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사람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기릅니다. 옛날엔 보수적인 부모도 제 자식에겐 '동무들과 서로 돕고 양보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이젠 스스로 진보적이라는 부모조차 그렇게 가르치지 못합니다. 동무는 곧 경쟁자이며, 경쟁자를 돕고 양보하라는 말은 패배하고 도태되라는 말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중학생쯤 되는 아이가 있는 집에 가보면 아이들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춘기의 반항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타자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고 소통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들은 그들의 부모에게도 짜증스럽고 종종 공격적입니다. 그러나 지나치다 싶어도 부모들은 별 도리가 없습니다. 오늘 한국의 부모와 자식은 엘리트 체육에서 선수와 코치의 관계와 같기 때문입니다.

선수의 성적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코치들은 선수의 인간적 면모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설사 문제가 보인다 하더라도, 이미 과도한 훈련에 심신이 포화상태에 이른 선수에게 그런 부분까지 요구한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한국의 부모들을 비난하려는 게 아닙니다. 이 무한경쟁의 바다에서 자기 아이가 도태될까 걱정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서로를 비난하진 않더라도 아이들을 이렇게 키울 때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는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

경쟁 밖에 배운 게 없는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지, 불과 10년 후 그들이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가득 채울 때 어떤 세상이 될지 상상해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 어른들끼리 사회에 대해 말하고 진보와 개혁을 말하는 게 허망한 일일 수 있다는 걸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얼마 전 '어린이 인권과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느 포럼에서 내가 한 이야기다. 나중에 한 기업 대표가 질문을 했다. "경쟁만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셨지만 경쟁력이 없다면 그것도 큰 문제가 아닐까요?"

그는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운영으로 이름난 회사를 아주 짧은 기간에 구조 조정해 정상궤도에 올린 사람이었다. 그의 관심과 내 관심은 방향이 좀 달랐고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경쟁만 가르치면 안 된다는 말은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키우자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지요. 아이들의 공부를 예로 들어볼까요? 걔들의 수학이나 사회 공부는 실은 수학 공부도 사회 공부도 아닙니다.

단지 수학시험과 사회시험을 준비하는 매우 기계적인 훈련일 뿐입니다. 왜 국어를 배우는지 수학을 배우는지에 대한 고찰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학력 수준은 세계에서 으뜸이라는 데, 대학에만 가면 세계에서 꼬랑지로 떨어지지 않습니까? 경쟁만 가르치면 진정한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도."

사실 예의 포럼에서 내가 한 이야기에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다들 공감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오늘 우리의 현실이고 그 간극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죽어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짐을 싸서 아이와 오지로 떠날 수 없다면 무작정 눈 딱 감고 시류를 따라야만 하나?

아니다. 아이의 삶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많은 작은 행복들이 있다. 이를테면 앞서 말한 죽은 수학공부와 사회공부에 숨을 불어넣으면 꼭 그만큼 아이는 행복해진다. 근사하지 않은가? 행복은 성처럼 쌓아 누리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공부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차근차근 행복을 공부해보자.

<저작권자>

김규항 어린이잡지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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