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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지방자치경영대전] 전남 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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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지방자치경영대전] 전남 고흥군

입력
2007.05.03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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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세요. 반드시 이름값을 할 겁니다. 최고로 흥한다고 해서 고흥(高興) 아닙니까?”

최근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서 만난 유재홍(44) 도양읍 번영회 사무국장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녘 끝 고흥반도에서 조용하면서도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지역경제 살리기를 통해 지역발전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농어촌인 고흥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우주항공산업과 태양광발전소 건립 등 국내외 투자유치에 물꼬가 터지면서 주민들이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흥 경제의 핵심인 녹동항 주변 거리에서 마주치는 주민들과 상인들의 얼굴 표정은 예상 외로 밝았다.

고흥반도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민간투자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고흥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고흥만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고 있다. 그 동안 ‘침체와 낙후’라는 지역이미지에 익숙해 있던 고흥군으로서는 전에 없던 일이다. 확실한 변화다.

여기에는 박병종 군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민선 4기 단체장 취임 직후 기업유치를 위한 세일즈맨으로 변신했다. 그러면서 군수에게 집중됐던 행정권한(결재권)을 부군수와 실ㆍ과장에게 대폭 위임했다. 매달 셋째주는 아예 예산확보와 기업유치를 위한 주일(週日)로 잡고 일주일 내내 서울에서 중앙부처와 국회의원, 국내외 기업체 관계자를 만나는 등 정성을 쏟고 있다. “고흥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다.

박 군수의 발로 뛰는 세일즈 행정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취임 9개월 만에 6건의 국내외 투자유치 및 농산물 납품계약을 이끌어 냈다. 투자금액만 3,650억원에 달한다.

박 군수는 “요즘에는 고흥에 투자를 하겠다고 상담을 요청해오는 국내외 기업체들이 하루 평균 4, 5곳에 이를 정도”라며 “이대로 가면 연말쯤에는 고흥경제 안정과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유치 결실은 지역특색과 접목시켜 특성화한 지역발전 전략이 뒤를 받쳐주고 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게 세계 최대 규모인 40㎿급 태양광발전소 유치이다. 군은 전국 최고의 연평균 일조량(2,564시간)이라는 태양광발전환경을 이용, 독일의 태양광발전회사인 IBC솔라사와 태양광발전소와 솔라모듈공장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군은 특히 IBC솔라측으로부터 발전소 완공 후 15년간 연간 수익금의 30%(80억원 추정)를 기부받기로 했고, 20년 후에는 발전소 운영권을 넘겨 받기로 했다.

‘우주항공 중심도시’ 건설도 마찬가지다. 연말 완공 예정인 외나로도 우주센터는 농ㆍ어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핵심으로 떠올랐다. 실제 고흥군은 정부의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 2015년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면 연간 1만2,000여 명의 고용창출과 8,144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우주항공 관련 연구ㆍ시험 시설 등을 유치하고 이를 관광상품화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짜고 있다.

군 관계자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인 우주항공산업은 지역의 농수산업은 물론, 관광산업까지 동반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며 “우주항공산업을 바탕으로 청정해역과 다도해를 아우르는 인간 친화적인 관광레저도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흥=안경호기자 khan@hk.co.kr

■ 박병종 고흥군수

박병종(53) 고흥군수는 “고흥을 ‘한국의 홍콩’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골 군수’의 입에서 나온 말 치고는 거창했지만 그의 진지함과 열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세계 10대 경제권에 든다는 홍콩도 처음에는 작은 어촌에 지나지 않았죠. 고흥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흥만과 녹동항, 고흥도시(읍)를 경제삼각지로 개발하면 가능합니다.”

그가 기업유치와 함께 인재육성을 위한 인재학숙관과 1,00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 설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흥 토박이인 박 군수의 이 같은 지역 사랑 뒤에는 원칙과 지역이익은 양보하지 않는 과감한 결단력과 쉽게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배짱이 숨어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IBC솔라와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할 당시 연간 수익금 기부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하던 부회장에게 “여기서 나가라”며 호통을 쳤다. 반면 회장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며 설득한 끝에 양해각서 사인을 받아냈다. 보통 배짱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박 군수는 “저에게 힘을 실어주는 주민들을 위해 매일 아침 기도를 하고 있다”며 “지역을 살리기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흥군 축협조합장과 전남도의원을 역임한 박 군수는 지난해 5ㆍ31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던 당시 진종근 군수를 누르고 당선됐다.

고흥=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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