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무장 괴한들은 이번에도 어둠을 노렸다. 두 대의 미니버스에 가득 탑승한 십 수명의 무장 괴한들은 3일 새벽 1시20분(현지시각) 공사현장 주변 바리케이트에 총격을 가하고 게이트와 주변 펜스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며 대우건설 아팜지역 복합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습격했다.
당시 공사현장 주변을 경비하던 인근 군부대 군인과 경찰의 경비가 허술한 틈을 노린 것이다. 군경이 무장괴한의 치밀한 기습작전을 막기는 역부족이어서 무장괴한들은 방어선을 뚫고 한국인 임직원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당시 숙소에 있던 한국인 직원들은 총소리에 대부분 대피했지만 건설현장에서 300m 떨어진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정태영 상무 등 간부 직원 3명은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무장괴한에 붙잡혔다. 본사의 아프리카 총괄 담당인 정 상무는 이날 유럽에서 열리는 회의에 가던 도중 격려차 나이지리아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뜻밖의 봉변을 당했다.
무장괴한들은 본사 고위간부가 묵고 있는 곳을 아는 듯이 습격했고 현장에 있던 쏘렌토 승용차에 이들을 태워 유유히 빠져나갔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0분. 현장 관계자는 AFP통신에 “무장 괴한들이 대우건설 간부가 이 지역에 도착한 사실을 내부 정보원으로부터 알고 습격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측은 1일 무장괴한의 습격 소문이 나돌면서 경비요원을 대폭 늘리고 현지 군경까지 경비에 동원하는 등 피습에 대비했지만 심야기습에 당하고 말았다. 더욱이 1월 오구지역 가스파이프라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9명의 피랍사건이후 보안과 경비에 만전을 기했지만 대우와 우리 정부는 또다시 무장괴한과 피 말리는 석방교섭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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