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선/ 시와시학사"산은 하늘의 뿌리, 나뭇잎 하나가 우주"
한 이태 전 시인 김사인(51)이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 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다리를>
‘하느님/ 가령 이런 시는/ 다시 한번 공들여 옮겨적는 것만으로/ 새로 시 한 벌 지은 셈 쳐주실 수 없을까요//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지나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라는 시인데/ (좋은 시는 얼마든지 있다구요?)/ 안되겠다면 도리없지요/ 그렇지만 하느님/ 너무 빨리 읽고 지나쳐/ 시를 외롭게는 말아주세요, 모쪼록//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 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덜덜 떨며 이 세상 버린 영혼입니다’
김사인이 옮긴 두 편의 시는 이성선(1941~2001)의 <다리> 와 <별을 보며> 이다. 세상 버린 선배의 좋은 시를 옮겨적으며 “시 한 수 지은 셈 쳐달라”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리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별을> 다리>
이성선은 6년 전 5월 4일 별세, 그의 시의 고향이던 설악산 계곡에 유해가 뿌려졌다. 그는 산 달 별 바람 나무 같은 자연과 대화하며 우리 시에 드문 선적 세계를 열어보인 시인이다. ‘나뭇잎 하나가/ 아무 기척도 없이 어깨에/ 툭 내려앉는다/ 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미시령 노을> 부분). <산시(山詩)> 는 이성선의 사후 그의 동명 시선집에 화가 김양수가 그림을 그려 2003년 출간된 아름다운 시화집(詩畵集)이다. 산시(山詩)> 미시령>
하종오 기자 jn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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