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 같다. 밀림 속에서 어깨에 둘러메고 전방위로 기관총 난사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3일 오전 열린우리당 통합추진기구의 회의석상에서 문학진 의원은 전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선주자들에 대한 비판적'품평 글'을 올린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대선주자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건 전 총리에 대해 "실패한 인사"라고 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겐 한나라당 탈당을 빗대"보따리 장수"라고 폄훼했다. "경제공부 좀 했다고 경제 잘하는 게 아니다"는 발언은 얼마 전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통령이 정치현실에 대한 생각을 밝힐 수는 있다. 하지만 정도와 상황을 따져가면서 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정치인인 동시에 행정 수반이고, 국가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정쟁에 휘말려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평시도 아닌, 아주 민감한 대선 국면이다.
더 나쁜 것은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대선 정략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 등 친노 인사들이 참여정부 평가 포럼을 결성한 것을 오버랩시키며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들을 하나씩 거꾸러뜨려 친노 주자를 세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문 의원이 "대통령 직위를 이용한 심대한 반칙행위"라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의도가 무엇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 끼어 들어 정치훈수에 열중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을 뿐 아니라 큰 싸움이 터지지 않을까 아슬아슬하다. 2004년 대통령 탄핵을 부른 결정적 원인도 노 대통령의 잇단 총선개입 발언이었다. 대통령도 정치인이지만, 정치인만은 아님을 상기했으면 한다.
박석원 정치부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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