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후 국내 30대 기업집단 중 공기업을 제외한 22개 기업집단의 담합 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이 4조7,4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3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액은 담합 기간 중 해당 상품 전체 매출액의 15%에 해당한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들 기업 집단은 모두 35건의 답함 행위에 가담했고, 담합 연루 기업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소비자 피해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436억6,000만원이었다.
22개 기업집단 중 14개(개별 기업은 27개)는 담합 행위가 한 번 이상 적발됐으며, 27개 기업 중 SK㈜ LG텔레콤 CJ㈜는 2회 이상 적발됐다. 1개 기업 당 평균 과징금은 76억원이었다.
총 과징금은 SK가 436억6,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405억3,800만원), LG(384억7,76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담합 행위는 밀가루, 주방세제, 아이스크림, 휘발유, 타이어 등 주로 소비재 대상으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실련 관계자는 “담합 행위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서민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경실련 조사 결과 2003년 이후 담합 행위로 검찰에 고발된 15건 모두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졌고, 2004년 시멘트제조사 담합에 가담한 기업 관계자 8명 중 7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심지어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고발이 면제된 것도 6건이나 됐다. 담합이 일어난 후 공정위가 제재를 결정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55.7개월이나 됐다.
경실련 박완기 실장은 “담합을 해도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또 다시 담합을 반복하고 있다”며 “3년 동안 총 매출액 평균의 10%, 상품매출액의 10%로 정해 놓은 과징금 상한선을 높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담합은 의무적으로 형사처벌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담합에 대한 고발권을 공정위만 갖고 있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며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제도적 장치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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