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도시 도쿄(東京)만 가 보고 일본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기엔 좀 부족하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에 가보자. 관서지역 최대 도시이자 상업의 중심지로, 일본의 옛 도읍 나라(奈良), 교토(京都)와 인접해 있어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부산쯤 되는 화려하고 번잡한 대도시 안에 전통과 역사가 절묘하게 섞여 있는 매력적인 관광지 오사카. 푸지게 먹고 즐기는 문화도 발달되어 있어 ‘일본의 맛’ 또한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오사카성 보고 유람선 타고
나라, 교토와 마찬가지로 오사카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곳곳에서 유서 깊은 명소를 찾을 수 있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본거지였던 오사카성이 대표적이다. 그의 생애를 기록해 놓은 박물관 겸 전시관 텐슈가쿠(天守閣)가 8층 높이로 복원돼 그 위용을 자랑한다.
아스카(飛鳥) 시대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이자 백제시대 유명 목수인 유시의 절묘한 건축기법이 돋보이는 사찰 시텐노지(四天王寺)도 볼거리다.
오사카는 도시 전체가 운하로 연결되어 있어 ‘일본의 베니스’로도 불린다.
특히 도시 중심부 오카와강을 오가는 수상버스를 추천한다. 사계절 다른 풍광을 자랑하는 강변과 나카노시마 수상공원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묘미다.
대도시임에도 고층건물 유리창이 반질반질할 정도로 공해가 없는 오사카의 새파란 하늘은 오카와강 유람의 덤이다.
다양한 놀이시설과 구경거리가 모여있는 ‘베이에리어’는 관광객들의 활력 충전소로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겠다. 영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580종 3만 마리의 수중 생물들이 모여 있는 세계 최대급 수족관 ‘카이유칸’ 등 즐길거리가 많다.
'먹다가 망한다'는 식도락의 천국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먹자거리 도톤보리는 한국 여행객들 사이에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입소문을 탄 지 오래다. 오사카의 유흥과 오락의 중심지로 항상 시끌벅적 하다. 오사카는 전통적인 일본 요리가 발달한 곳으로 ‘먹다가 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음식에 일가견이 있다. 푸짐하고 양도 듬뿍이라 한국 정서와 잘 맞는다.
일본을 대표하는 간식 타코야키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부드러운 반죽 속에 문어 야채 생강 등을 넣고 동글동글하게 구어 달큰한 소스를 발라 먹는 타코야키(10개에 500엔)를 먹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길을 가다가도 일단 줄이 길게 늘어서 있으면 맛있는 집으로 알고 덩달아 뒤에 선다고 하니 긴 줄이 더욱 길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네모난 상자에 밥을 깔고 생선을 얹어 식초 간을 해 발효시켜 만든 하코초밥도 오사카 전통 음식이다. 씹을수록 달콤하고 고소한 키츠네(유부) 우동도 별미. 다시마 국물을 우려낸 게 특색인 관서지역 우동은 국물 맛이 끝내준다.
복 요리 또한 오사카에 가면 놓치지 말고 먹어야 할 코스다. 일본 내에서 복어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인 오사카는 복 요리 면허제를 처음 실시한 곳이기도 할 만큼 복 요리가 특화되어 있다. 복 스시부터 지리와 죽까지 나오는 코스가 5만엔 정도 한다. 돼지고기, 오징어, 새우, 양배추 등 재료를 믹스해 푸짐하게 부쳐낸 오코노미야키도 오사카의 대표음식이다.
돼지뼈와 고기를 고아 우려낸 진한 국물이 일품인 금룡라멘, 초대형 게를 간판에 걸어 명물이 된 게요리 전문점 가니도라쿠도 식도락 천국 도톤보리 거리를 찾으면 꼭 들러 볼 만하다.
▲ 여행수첩
인천~오사카 직항 항공편이 있어 1시간40분 정도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다. 세계 최초로 바다를 매립해 만든 해상 공항이다. 착륙 때 비행기가 바다를 스치는 듯한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간사이 공항만의 매력. 부산에서 오사카항까지 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
2,000엔 짜리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면 전철과 버스를 하루동안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으며, 공중정원 전망대 츠텐카쿠, 오사카성 천수각 등 관광지 25곳의 입장이 무료다. 온천 박물관 레스토랑 호텔 등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주어지니 자유 여행객이라면 이용할 만하다.
여행문의 (주) ICC 02-737-1122, www.japanpr.com
■ 쇼핑 팁=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쇼핑 천국'
엔화 환율이 100엔당 800원도 안될 정도로 떨어지면서 일본으로 쇼핑 여행을 가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오사카의 체감 물가는 도쿄보다 10% 정도 싸다. 서울 물가와 비교해도 약간 낮은 수준이다.
먹고 놀고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대규모 쇼핑센터와 할인매장이 들어서 있어 요즘엔 쇼핑을 위해 오사카를 찾는 발길도 많아졌다. 이동할 때마다 일본 특유의 한가로운 정취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다른 도시들의 복잡한 쇼핑 여행에 비해 매력적이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더라도 쇼핑단지가 형성돼 있어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것이 오사카 쇼핑의 특징이다.
북쪽 입구인 오사역과 우메다역 주변의 키타 지역은 세련된 어른들의 거리로, 최고급 브랜드점 광장과 복합 시설이 즐비하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럭셔리 브랜드 루이뷔통 매장이 위용을 자랑한다. 에르메스 베르사체 등 고급 브랜드점도 관서지역 최대 규모다.
남쪽에 위치한 미나미 지역은 젊은이들 취향의 캐주얼 상점이 밀집해 유행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이태원과 흡사한 분위기를 내는 아메리카무라는 오사카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명품거리 신사이바시 브랜드 스트리트와 옥상공원으로 유명한 난바파크스도 꼭 둘러볼만한 쇼핑 명소다.
전자제품을 사려면 니혼바시 덴덴타운 전자상가로 가보자. 200여 개의 전자제품 상점이 밀집해 있어 용산 전자상가처럼 가격 경쟁도 치열하다. 전자제품을 비롯해 로봇 프라모델 인형 등을 파는데 더 싼 곳을 찾아 발품을 팔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최신 유행하는 아이디어 상품, 생활용품, 공예품 등을 한 데 모아놓은 도큐핸즈도 있다.
간사이공항 근처 대형 아울렛 린쿠타운도 알뜰 쇼핑족이라면 지나치지 못할 곳이다. 우리나라 상설 할인매장을 상상하면 오산. 유명 브랜드의 캐주얼 라인까지 고급 브랜드들이 집결된 프리미엄 아울렛이다.
오사카[일본]=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