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ㆍ보선 패배로 초래된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재섭 대표의 당 쇄신안을 수용하고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선거에 진 것도 모자라 명분 없는 집안싸움으로 분열될 뻔한 당의 위기를 현명한 선택이다. 대립하고 반목하던 이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조만간 만날 예정이라고도 한다.
한나라당이 받은 심판은 높은 지지율을 오로지 자기 것인 양 착각하고 국민의 눈을 아랑곳하지 않았던 오만과, 대세론에 안주하며 속으로 썩어간 부패 비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당이 보여준 모습은 겨우 당권 다툼 수준의 헛발질이었다. 선거 결과를 뼈아프게 여긴다면 있을 수 없는 소란이었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제대로 판별하고, 문제의 본질과 핵심에 다가갈 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에게 던져진 과제는 변화와 개혁이다. 선거가 보여 준 민의에 부응하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일는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당 대표와 함께 두 대선 주자는 당을 좌우할 주역들이다. 대선 후보 선출이라는 대사를 축제로 만들고 국민 앞에 떳떳한 후보를 내세워야 할 임무가 주어져 있다. 경쟁은 치열해야 하지만 멋진 승부가 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바로 당의 개혁과 변화를 입증해야 하고, 이로써 국민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두 사람은 협력해야 할 관계이지, 파괴적 관계일 수는 없는 것이다.
당의 쇄신과 공정한 경선관리를 주도하려면 당이 중심과 권위를 찾아야 한다. 도려낼 것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희생과 자성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지도부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강 대표로서는 이 대목에서 남다른 각오와 의지가 필요하다. 내분은 막았지만 경선 룰 문제 등을 놓고 충돌의 소지가 여전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깨끗하고 당당한 경선일 뿐이다.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을 주장하고 싶겠지만 미주알고주알 유ㆍ불리만 따지는 논의는 또다시 국민을 식상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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