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홍(58) 단국대 총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경제전문가다. 참여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내기 전까지 20년간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경제금융통이다. 그런 그가 요즈음에는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단국대 발전에 올인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개교 6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다. 그렇지만 지향점은 10년후다. ‘2017년 사립대 5위권 진입’이 그의 최종 목표다.
최근 취임 2년을 맞은 권 총장은 “긴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는 전진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전자(前者)는 학교 이전과 관련한 송사(訟事) 등 잡음으로 지체됐던 ‘단국대 10년’의 안타까움이다. 후자(後者)는 죽전 신캠퍼스 이전을 앞둔 청사진이다.
●소프트 웨어로 승부
권 총장은 “하드웨어 구축은 끝났다. 소프트웨어만 완료되면 승부는 해볼만하다”고 강조했다. 8월말 죽전 신캠퍼스 이전으로 하드웨어는 완벽하게 구비되는 셈이고, 교육 및 연구프로그램 개혁으로 도약의 대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하이라이트는 ‘전공교육 자체 인증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5년 부임한 권 총장이 직접 만든, 일종의 인위적 대학 특성화 방안이다. 대학측이 학생의 학업 및 대학생활, 취업준비 등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다. 이번 학기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여러 프로그램 중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를 연상케하는 ‘학생 포트폴리오’가 단연 눈길을 끈다. 권 총장은 “학생들이 4년동안 어떤 과목을 수강하고 어떤 내용을 학습했으며, 성취도는 어느 정도 인지를 교수들이 일일이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인 포트폴리오는 기업에게는 일종의’ 인재인증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공신력있는 대학의 학생평가 방안이라고 보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국대 졸업생은 졸업장과 함께 대학생활의 모든 것이 담긴 포트폴리오 CD를 받게 된다”며 “취업은 물론 개인이력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임교수제 도입
그는 연구 분야의 경우 ‘특임교수제’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다. 5~6개 전공 분야를 특성화시키고, 연구에만 전념하게 될 특임교수를 선발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권 총장은 특임교수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공계열부터 지정할 계획입니다. 우수한 외부 전문가를 교원으로 스카우트할 수 있는 권한을 줄 생각이에요. 특임교수가 되면 일반 교수 보다 연봉을 2배이상 받고 연구비도 2배 이상 지급됩니다. 연구의 절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정도 대우는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캠퍼스 이전해도 우수 학생 몰릴 것
서울캠퍼스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데 따른 ‘손해’가 없는 지 궁금했다. “오히려 득을 보게 됐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권 총장은 신입생들의 실력이 월등하게 높아졌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학생부 석차백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사범계열은 상위 6%, 사회계열은 상위 9%, 자연계열은 상위 15% 이내 학생들이 들어왔어요. 입학생 성적이 전보다 더 좋아진 것이지요. 고교 학생부 성적이 좋은 학생이 대학 학업성취도도 좋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년내 상위 5개 대학 진입’ 목표 전망은 한결 밝은 것이지요. 자신 있습니다.”
권 총장은 국내 최상위권 대학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17년까지 5,400억원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달 방안도 매우 구체적이다. 법인과 발전기금에서 각 1,000억원, 나머지 3,400억원은 구조조정 등 경영합리화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권 총장은 “단국대가 더 이상 지체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내실 있는 교육 및 연구와 구성원들의 합심은 목표 달성을 충분히 가능케 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끝을 맺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 9월 단국대 죽전 新캠퍼스 시대 개막
단국대가 ‘죽전캠퍼스’ 시대를 새로 연다. 시점은 9월이다. 서울 본교 캠퍼스를 지방으로 옮기는 첫번째 사례다. 1957년 용산구 한남동에 터를 잡은 지 50년 만이다. 단국대는 한남동 부지 재개발에 따라 현 서울캠퍼스를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으로 이전하고, 신캠퍼스에서 2학기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직장인 등 일반인으로 대상으로 하는 특수대학원만 남기고 모든 학부ㆍ대학원 과정을 옮기는 대역사(役事)가 곧 펼쳐진다.
●한남동 가고, 죽전 시대 활짝
죽전캠퍼스 면적은 32만평이다. 현 서울캠퍼스의 7.5배에 달한다. 교사(校舍) 면적도 서울캠퍼스의 2.2배인 6만5,665평으로 크게 늘어난다. 캠퍼스 주변의 녹지 20여만평은 산책로 휴게시설 산악자전거도로 등으로 이용된다.
새 캠퍼스 이전은 6월 하순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이뤄진다. 5월 현재 강의ㆍ연구동 신축 등 토목 건축 분야는 이미 90% 이상 공사가 진행된 상태다.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8월 초 이사가 끝나면 모의 운영을 거쳐 8월 말부터 2학기 수업에 들어간다.
죽전캠퍼스에는 서울캠퍼스에서 볼 수 없던 기숙사가 새로 들어선다. 1차로 올해 500명(6월 완공)과 내년 1,000명을 합쳐 모두 1,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최신형 기숙사가 학생들을 맞이할 채비를 끝냈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와 해외 유학생에게까지 숙소가 제공된다. 2017년까지 2차 기숙사 신축이 끝나면 2,5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이 학교 총학생회측은 “수업ㆍ생활 환경 수준이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다.
새 캠퍼스는 보행자와 자연을 고려해 조성됐다. 캠퍼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중앙 계단에는 물을 흘려 보내 ‘계단을 걷는 지루함’을 줄였다. 캠퍼스 한켠에는 생태공원을 만들어 자연수가 폭포와 연못, 개울을 흐르게 된다.
가스관과 전선, 통신망은 전부 땅밑에 묻었다. 지상에서는 전신주나 전선 등을 일절 찾아 볼 수 없다. 신캠퍼스를 둘러봤던 최이슬(21ㆍ영문과 2)양은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이 마음에 든다”며 “캠퍼스 수준에 맞는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이뤄졌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약 계기
죽전에 터파기를 한 것은 10년도 훨씬 전인 1996년 7월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단국대는 자금난과 건설사 부도 등 말 못할 시련을 겪어야 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우여곡절끝에 공사는 지난해 4월이 돼서야 재개하면서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단국대는 올해 죽전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대대적인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947년 서울 종로구 낙원동에서 문을 연지 6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남다르다.
내년에는 서울 소재 대학 중 지방캠퍼스 1호인 천안캠퍼스도 개교 30주년이 된다. 학교 측은 “60년의 저력으로 도약합니다” 제목의 슬로건을 내 걸고 올해 ‘노벨상 수상자 초청 국제학술대회’ 등 학술 행사와 열린음악회, 대학가요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단국대측은 상승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장기 계획 실천에 초점을 맞췄다. ‘단국대= 졸업하기 어려운 대학’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공교육인증제나 졸업인증제 등 대대적인 교육시스템 혁신을 통해 졸업생의 수준을 대폭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모든 신입생은 글쓰기 말하기 영어 사회봉사 등 학교가 정한 공통 학습과정을 따라야 한다.
공부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유급제가 엄격히 적용될 방침이다. ‘1학과 1외국인 전임교원 초빙’으로 외국인 교원의 비율을 전체 교수의 10%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방침도 세워 놓았다.
이런 계획을 차질없이 실천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습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기본 단국대는 앞으로 10년 동안 5,4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키로 했다. 교육 복지 프로그램과 교수 연구역량에 A+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이루겠다는 에 전력 투구하면 재도약은 시간 문제라는 게 학교측 자신감이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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