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말 친노 인사들이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발족한 것과 관련, “대통령 지지도가 오르니까 대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공격하자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등 ‘참여정부 적자 후보군’을 띄우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정치, 이렇게 가선 안 됩니다’라는 제하의 글에서 “요즘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을 보면 가슴이 꽉 막힌다”며 지도자의 자세를 6가지 정도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달 23일 작성한 이 글에서 “나섰다가 안 되면 망신스러울 것 같아 한발만 걸쳐 놓고 눈치 보는 자세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또 “인기 낮은 대통령을 공격해 얻는 반사 이익만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발언을 많이 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를 공격했다. 그는 “남의 재산을 빼앗아 깔고 앉아 있는 것이 있으면 돌려 줘야 한다”고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일장학회 불법 강탈 논란에 휘말린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수장학회 문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이 되고자 하면 정당에 들어가야 한다. 경선 판도가 불확실하다고 기웃거리는 것과 경선에 불리하다고 당을 뛰쳐나가는 것도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열린우리당 밖에서 움직이는 범여권 후보군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27일 작성한 ‘정당, 가치와 노선이 중요하다’는 글도 홈페이지에 띄웠다. 그는 이 글에서 4ㆍ25 재ㆍ보선 결과에 대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성이 강한 두 곳에서는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승리하고, 지역성이 강하지 않은 곳에서는 한나라당이 이겼기에 한나라당의 참패로 볼 수 없다”면서 “오히려 우리당은 경기 화성에서 졌고, 다른 지역은 대의도, 실속도 없는 연대를 한 것이므로 정치적으로 더 큰 패배”라고 강조했다.
한편 친노 성향의 한 전 총리는 이날 정 전 총장의 정치 참여 포기에 대해 “정치권이 신기루를 좇는 모습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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