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군 작전 및 해외파병 임무수행 중 순직한 장병 유가족 22명과 가진 오찬이 눈물로 얼룩졌다.
오찬에 앞서 참석자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동티모르 파병 중 실종된 김정중 병장의 형 김하중씨는 “대통령께 몇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며 “몇년전 동티모르에서 순직한 동생의 시신을 아직도 못찾고 있는데 지금 찾고 있는 지, 조치가 있는 건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씨는 “미국은 돈을 들여 6ㆍ25 전사자 시신까지 찾는데 국방부는 동생 시신을 찾지는 못할망정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 조차 없다”며 “부모님은 명절만 되면 눈물로 지새우고 있다.
그냥 듣고 흘려버리지 말고 꼭 답변을 해달라. 시신만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호소했다.
김씨가 말을 하는 동안 옆에 있던 모친 장홍여씨가 오열했으며, 일부 참석자도 눈물을 비쳤다. 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김씨의 말을 꼼꼼히 메모했고, 배석했던 김장수 국방장관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어 아프가니스탄 다산 부대에서 폭탄테러로 숨진 윤장호 하사의 부친 윤희철씨는 “아들의 죽음으로 우리 가족은 한없는 비통함에 젖어 있다”며 “유가족들이 대한민국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에게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위로를 좀 해드리려고 모셨는데 위로가 안되고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너무 엄숙해서 말을 못하겠다”고 짤막한 인사말을 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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