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관의 이름을 당장 바꿔야 합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불똥이 2일 성공회대로 튀었다. 성공회대 학생들이 “김 회장의 이름을 딴 ‘승연관’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성공회대 캠퍼스 한 가운데 있는 승연관에는 총장실, 교수ㆍ대학원생 연구실, 행정실 등이 있다. 대학들이 기업 돈을 받아 건물을 지을 때 기업 이름을 따오는 건 흔한 일이지만 특정인, 그것도 살아있는 인물의 이름을 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 김승연 회장의 이름을 땄을까. 1992년 건물이 지어질 당시 김 회장은 이 학교 이사장이었다. 김 회장은 성공회신학교를 4년 제 성공회대로 바꿨고 당시 총장이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학교 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며 승연관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회장과 성공회대의 인연은 깊다. 김 회장은 작고한 부친(김종희)과 함께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였으며, 이 장관은 김 회장 아들이 세례를 받을 때 대부였다. 김 회장은 성공회대가 한화건설에 맡긴 새천년관 건립공사 대금 140억원 중 10억원을 깎아주기도 했다.
성공회대 구성원들은 그러나 승연관의 존재에 대해 “안타깝다” “창피하다”는 반응이다. 이 대학 2학년 김모(19)씨는 “김 회장은 대선 비자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도 모자라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그런 인물의 이름을 딴 건물이 학내 심장에 버젓이 있다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모 교수는 “(승연관은) 학내 구성원 동의 없이 지어진 이름인 만큼 지금이라도 학내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항의의 뜻으로 승연관이라 적힌 안내판에 낙서를 했고, 일부 학생들은 다음 주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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