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헌법재판소가 1일 의회의 대선 1차 투표를 무효화한데 이어 정부 여당이 조기 총선이라는 야당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이슬람정부와 세속주의(정교분리주의) 세력간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레젭 타입 에르도안 총리는 현재 판결 뒤 “6월 24일이나 7월 1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한 대통령 선출 방식을 현재 의회 투표에서 유권자 직접 선거로 바꾸고 대통령 임기를 현재의 7년 단임에서 한차례 연임가능한 5년으로 바꾸겠다고 제시했다.
당초 11월 4일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은 군부와 야당, 법조계 등 세속주의 세력이 주장해 온 것이다.
야당은 이슬람 근본주의 성향의 집권 AKP가 총리와 의회에 이어 대통령직 까지 장악하려는 것에 반발, 조기 총선을 통해 여당의 세력 확장을 차단하려 했고 정부 여당은 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의회에서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전체 550명의 의원 가운데 3분의 2(367명)에 못 미치는 361명만이 출석한 것을 계기로 야당이 헌재에 투표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며 현재가 이를 받아들였다.
게다가 세속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군부가 정치 개입 움직임을 보이고, 지난달 29일 100만명의 세속주의자들이 조기 총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도 정부의 위기 의식을 자극했다.
하지만 정치 분석가들은 “에르도안 총리가 조기 총선 요구를 수용한 것은 대세에 떠밀렸다기보다 국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만약 대선 후보인 압둘라 굴(56) 외무장관이 대통령 당선되지 못해도 여당이 조기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나온 전략이라는 것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특히 집권 이후 연평균 7.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1인당 국민소득을 5,477달러로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경제 성장을 이룩한 것을 정부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대선을 의회 투표가 아닌 직접 선거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것도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헌재가 대선 1차 투표에서 무효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정부는 3일 재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이 보이콧하는 한 352석을 가진 여당 단독으로 굴 후보 당선에 필요한 제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 및 찬성을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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