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호초등학교 4학년 이종표(11)군은 어린이 ‘수화 통역사’이다.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아버지(49)를 위해 7살때 수화를 터득한 종표군은 수화를 통해 아버지의 입과 귀를 대신한다.
기초생활보호대상가구로 중학교 3년인 형(15)과 함께 12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종표군은 아버지가 공사장 막노동을 하고 있어 수업이 끝나면 곧장 귀가해야 한다. 또래 아이들처럼 학원도 다니고 놀이터에서 놀고 싶지만 그 시간에 집안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정학습이 부족해 학업성적은 뛰어나진 않지만, 방과후 매일 담임교사의 별도 지도와 봉사활동에 한번도 결석하지 않는 등 학교생활도 충실해 동료 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담임 김채란(39ㆍ여) 교사는 “급우들이 종표의 어려운 가정환경을 모를 정도로 밝고 쾌활한 성격”이라며 “등교하기 전 아빠 아침밥 차려드리고, 하교해서는 저녁밥 준비하는 대견한 아이”라고 칭찬했다.
어린이 날을 맞아 광주시교육감으로부터 효분야 표창을 받는 종표군은 어린이날 사회단체에서 마련한 프로그램도 사양했다. 종표군은 “어린이날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시설에 가진 않지만 아빠와 집에서만 놀아도 즐겁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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