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일(한국 시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한국인 납북자 문제를 삭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측은 지난해 4월 테러보고서 발표 당시 485명의 한국인 납치를 지정 이유 중 하나로 적시했지만 올해 보고서에서는 이를 뺀 것이다. 미측의 이 같은 조치는 북핵 협상의 진전을 감안한 것일 수도, 우리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외교통상부는 "한국인 납치 문제 삭제를 미측에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동맹국인 한국의 핵심 현안이라는 점에서 미측이 우리측 의사를 타진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빼기 힘들다. 미측은 통상 테러지원국 지정 과정에서 관련국과 협의해 왔다. 또 미 의회조사국(CRS)이 펴낸 2004년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남 테러행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며 북측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미측에 밝혔다. 따라서 납북자 문제의 조용한 해결을 기조로 삼아온 우리측이 이 문제에 대한 남북대화를 고려해 미측에 직ㆍ간접적으로 의사를 표시했을 개연성이 있다. 북측은 '전쟁 이후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납북자 문제 해결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물론 미측의 독자적 조치일 가능성도 있다. 원래 북측의 테러지원국 지정 이유에는 리비아 시리아 등 테러지원국이나 테러단체에 대한 무기수출이 적시돼 있었으나 지난해 이 내용이 빠졌다. 미측이 북핵 문제와 연계해 테러지원국 해제 과정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내용을 삭제한 데 이어 올해는 납북자 문제까지 뺐을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에 "2ㆍ13합의에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한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향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활용할 지렛대 중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은 문제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측이 국제정치적ㆍ경제적 혜택을 안겨 줄 테러지원국 해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납북자 문제 해결에 더욱 고압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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