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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이화여대 성산복지관 '빅 맘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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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 행복사회-이제는 가족입니다] 이화여대 성산복지관 '빅 맘스 클럽'

입력
2007.05.0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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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인 딸과 중2 아들을 둔 권혜영(40)씨는 6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가족사랑 지극했던 남편, 아빠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가장이 된 권씨가 생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이, 초등 학생이던 딸은 심한 우울증에 빠져 생기를 잃어갔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었다. 절망하는 나날을 보내던 권씨는 이화여대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만났다. 반쪽을 잃은 가장들이 서로 돕는 한부모 가정 모임. “나만 고통스러운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힘든 언니들을 만나고 서로 아픔을 나누면서 위안과 용기를 얻었어요. 아이들도 복지관 공부방 모임 등에 참여하면서 밝고 씩씩해졌고요.” 얼마 전 공사장에서 일하다 철근에 맞아 오른 팔을 다치고도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는 권씨는 “몸져 눕지 않는 한 (모임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해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저소득층 한부모 여성 가장들의 모임인 ‘빅 맘스 클럽(Big Moms Clubㆍ이하 빅 맘스)’. 이대 성산복지관이 2004년부터 운영한 ‘여성 한부모 가정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이들은 미약한 힘이나마 서로 나누고 보태 꿋꿋한 ‘큰 엄마’가 되겠다는 소망을 담아 ‘빅 맘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매주 목요일 저녁 복지관에서 마련하는 자녀양육, 컴퓨터 등 특강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가족캠프와 풍물동아리 등 다양한 자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4년 12명으로 첫 발을 디뎌 지난해까지 43명이 이 모임을 거쳐갔고, 현재는 13명이 참여하고 있다.

‘빅 맘스’는 올해 아주 특별한 목표를 세웠다. 그 동안 이야기치료 등을 통해 공유한 결과물을 ‘새로 다시 쓰는 한부모 이야기-Herstory’라는 책으로 엮어 출판한다는 것.

자신들이 겪었던 슬픔과 아픔, 모임을 통해 이를 이겨내기까지 과정, 한부모, 특히 여성 한부모 가정에 대해 여전히 편견 가득한 세상을 향한 목소리 등을 진솔하게 담아 같은 처지의 여성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전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엄마들의 수다’라는 제목으로, 쌓이고 맺힌 마음 속의 응어리를 속 시원히 털어놓고 푸는 집단 이야기치료 과정을 거쳤다.

지난달 26일 저녁 정기모임에서는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할 공간으로 ‘싸이월드’ 미니홈피 만들기에 도전했다. 마우스 쓰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인터넷 창 열기, 최소화 최대화 버튼 이용법 등 ‘생 기초’ 교육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홈피는 여러분 각자의 집이에요. 자기 집에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주인만 아는 주문이 필요하겠죠? 지난 주 만든 이메일 주소를 쳐 보세요.” “주소요? ” “복지사 선생님이 한꺼번에 적어놓은 게 있을 거에요. 비밀번호는 다 알고 계시죠?” “예? 주소도 모르는데?” “우리가 이래요. 까르르~.”

눈높이를 한껏 낮춘 강사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컴맹 아줌마들의 실수 연발로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러다가 어느 세월에 집 짓고 꾸미고 손님을 초대할까 싶지만, 사이버 세상에서나마 마음 놓고 짓고 꾸밀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같은 시각, 복지관 1층에서는 엄마를 따라온 초등학생 꼬마들의 모임이 한창이다. 예전에는 엄마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주는 정도였는데, 3월부터 놀이나 미술활동을 통한 심리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현진 사회복지사는 “어린 아이들이지만 같은 아픔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또 다른 형제자매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김기쁨씨(20ㆍ연세대 2)는 “저도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는데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이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면 잘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빅 맘스’ 회원들이 지금처럼 나이 따져 언니, 동생 하고 부르는 허물 없는 사이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대개는 “과부들 모임에 뭐 하러 끼냐”, “그 시간에 돈이나 벌지 신세한탄하면 무슨 소용 있냐”며 손사래를 쳤다.

김은정 가정복지상담센터 팀장은 “한부모 엄마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자녀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추자 호응이 높았다”면서 “일방적으로 혜택을 주는 식이 아니라 엄마들이 어려움을 공유하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임의 막내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홍모(39)씨는 “이혼하기 전이나 후나 꿈도 못 꿨던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며 가정의 행복을 새로 찾았다”면서 “한부모 여성 가장들이 더 이상 아픔을 감추고 피하지 말고 세상 속으로 당당하게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 성산복지관은 올해 말쯤 현재의 ‘빅 맘스’를 자조모임 중심으로 전환하고, 내년에는 새 회원들을 받아 모임을 이어간다. 현재 회원들 가운데 일부는 자원봉사 형태로 새 모임의 조력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상담문의 (02)373-5884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 '여성 한부모가정' 100만가구 넘어

한부모 가정이란 사별이나 이혼, 별거 등으로 부모 중 한쪽과 자녀들로 구성된 가정을 말한다. 넓게는 미혼모, 미혼부 가정도 여기에 포함되는데, 이혼 증가 등으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부모 가정은 전국 1,590만 가구의 7.8%인 124만 가구이며, 이중 83%가 엄마와 자녀들로 구성된 모자가정이다.

여성 한부모 가정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경제난.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대부분 가정의 주수입원은 남편이어서 부부관계의 해체는 곧 소득 상실로 이어진다.

남녀간 고용차별, 임금격차 탓에 여성 가장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여해야 하고, 그 결과 자녀들을 제대로 돌볼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갖기 힘들다. 이 때문에 여성 한부모 가정은 세대를 이어 빈곤의 세습화를 겪을 위험이 크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가정에 대해 양육비 지원, 모자보호시설 입소 등 각종 지원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한부모 가정들이 느끼는 ‘체감 복지’는 영하권을 오르내린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취업ㆍ창업 지원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빅 맘스 클럽’ 회원들도 “무조건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돈 벌어 자립하고 떳떳하게 세금 내고 살 수 있게 지원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혼 10년째로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이를 직접 키우지 못한다는 원모(40)씨는 “여성 직업교육이라고 해봐야 미용기술 등에 국한돼있고 그나마도 기회를 얻기 힘들다”면서 “이대로 가면 결국 빈곤층으로 떨어질 일만 남은 셈”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절대 빈곤층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나와 같은 차상위 계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융통성 없는 지원 정책에도 불만이 쏟아졌다. 고1인 아들이 18개월 때 이혼했다는 심모(43)씨는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었지만 자녀가 1명뿐이라는 이유로 모자가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면서 “정부가 한부모 가정 지원규모를 늘리고 있다지만,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친정 부모와 함께 살고 있거나 이혼 당시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한 경우 실제 경제적 능력이나 야육비 지급 여부에 관계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하는 등 제약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은정 이화여대 성산복지관 가족복지상담센터 팀장은 “편모 혹은 결손가정이라는 말 대신 한부모 가정이란 용어가 정착하는 등 인식은 많이 변화했다”면서 “이제는 체계적인 자립 지원 정책을 통해 여성 한부모 가정이 여성의 빈곤화, 빈곤의 여성화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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