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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준비 英 총리 토니 블레어, '미국의 푸들' 오명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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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준비 英 총리 토니 블레어, '미국의 푸들' 오명만 남아

입력
2007.05.0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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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하였으나….’

토니 블레어(53) 영국 총리가 2일로 집권 10주년을 맞는다. ‘제3의 길’을 주창하며 유럽정계에 구세주처럼 등장했던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성적표는 초라하다. ‘부시의 푸들’이라는 굴욕적 별명만이 영국인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을 뿐이다.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에 마침표를 찍고 43세의 젊은 나이로 화려하게 등장한 블레어 총리는 늙은 영국을 변화시킬 유일한 대안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친기업정책 등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신좌파 정책, 3%대로 올라간 경제성장률, 중앙은행 독립, 스코틀랜드ㆍ웨일스에 광범위한 자치권 부여, 북아일랜드 분쟁 종식…. 여기에 젊고 매력적인 외모, 아름다운 변호사 부인의 후광까지 드리우며 그는 영원히 스타 정치인의 자리에 머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민심은 엄정했다. 텔레그래프가 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 집권 중 생활이 나빠졌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절반에 가까운 48%나 됐다. 블레어 총리가 퇴임하면 “행복할 것”이라 대답은 39%로 “서운할 것”이란 대답의 2배에 달했다.

집권 10년간 총리의 업무 수행에 대한 총평에서도 45%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극적인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이라크전쟁이다. 1일 보도된 인디펜던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가 블레어 총리 하면 기억날 것으로 이라크전을 꼽았을 정도다.

블레어 총리는 노동당의 극구 반대에도 불구, 2003년 미국의 이라크전에 참전,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 때 당내 사퇴 압박과 함께 얻은‘부시의 푸들’이라는 별명은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블레어 총리가 1년 안에 퇴임하겠다고 공식 표명한 지난해 9월 이후 영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누가 ‘포스트 블레어’가 될지다.

현재 고든 브라운(54) 재무장관이 후임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질 정도로 노동당의 인기가 바닥이라 난관도 예상된다. 학창 시절 럭비를 하다 다쳐 왼쪽 눈을 실명한 그는 뼈 속부터 좌파인 ‘진지한 정치인’이지만, 진지함이 지나쳐 대중적 매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블레어 총리는 1일 “다음주에 퇴임을 공식 발표하겠다”며 “노동당이 차기 당수 겸 총리를 뽑는 7주동안 총리직을 더 수행한 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제껏 함구해왔던 후임에 대해서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총리직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공식 지지의사를 밝혔다. 영국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가 8일 북아일랜드 자치정부의 재출범을 지켜본 후 9일이나 10일께 퇴임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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