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을 활보하고 있는 아버지들이 브라운관에는 없다. 이 시대 아버지의 눈물과 사랑과 애환을 다룬 영화는 <우아한 세계> <날아라 허동구> <아들> 등 10편이 넘는데 드라마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여전히 미미하다. 아들> 날아라> 우아한>
MBC <내 곁에 있어> 의 장선희(최명길)의 온화한 남편 민용기(임채무)는 집안사정과는 한 발짝 떨어져있다. 옛 자식들이 나타나 충격은 받은 아내가 이상한 낌새를 보여도 예의 따스한 눈길로 바라볼 뿐이다. KBS <하늘만큼 땅만큼> 의 석종훈(홍요섭) 역시 며느리에게 당하는 아내의 입장을 시원스레 대변하지 못한다. 또 MBC <문희> 에서 문희(강수연)의 아버지 문 회장(이정길)은 냉철하고 무자비한 인물이지만 정작 바람을 피워 낳은 딸이 자신에게 독기를 품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모두 한 명의 등장인물에 불과할 뿐,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문희> 하늘만큼> 내>
물론 대부분의 드라마가 여성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이다. 여성취향에 맞추다 보니 사건의 주체가 여성이 되고, 남자는 그저 뒷짐지고 바라보는 역할만 하게 된다. 여성의 갈등만 부각시키다 보니 바깥일을 하는 아버지상이 그려지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등장인물들의 사회적 활동이나 인간관계를 드라마에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아버지라는 중심 소재로 두시간 안팎의 영화나 단막극을 만들 수는 있지만, 16부작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으로 끌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시대 아버지들이 영화에서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주역으로 등장할‘반란’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김혜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홍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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