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일 오후 2시13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김 회장 집을 압수수색했다. 오후 4시46분까지 2시간 30분 동안 박스 1개 분량의 증거물품을 압수한 경찰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임했지만 결과물은 ‘빈 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화그룹 직원 4명은 경찰이 도착하기 1시간 전부터 포토라인을 정하는 등 차분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예상한 그룹측 변호사 3명도 경찰보다 20분 앞서 도착하는 등 비교적 잘 준비된 모습이었다. 강대원 남대문서 수사과장은 2시간 30여분에 걸친 압수수색을 마친 뒤 “김 회장측이 대비를 잘 해서인지 (성과가)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차량 4대에 나눠 타고 온 강 과장 등 경찰관 15명은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택 관리인에게 황색 서류봉투 안에 담긴 압수수색영장을 건넸고, 자택 관리인은 당황한 기색 없이 수사팀을 자택 안에 들였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보복 폭행 당시 김 회장의 복장이라고 밝힌 가죽점퍼, 가죽장갑, 별 2개가 달린 모자 등을 찾았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찰은 김 회장이 소지했던 것으로 전해진 권총의 행방도 쫓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8일 김 회장의 출입시간을 알 수 있는 자택 앞 폐쇄회로(CC)TV 녹화자료를 요구했지만, 김 회장측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경찰은 회사 소유 김 회장 승용차 2대의 위성항법장치(GPS)와 운행일지도 조사했다. 또 청계산 공사현장의 흙 먼지와 비교하기 위해 승용차 바퀴의 흙을 수집하고, 트렁크와 좌석 시트를 샅샅이 뒤졌다.
이날 현장에선 한화 관계자가 압수수색 시간을 “오후 3시쯤으로 들었다”고 말했다가“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때문에 “영장 신청에 이어 압수수색 시간까지 한화측에 새어나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 회장 부자는 압수수색 당시 자택에 없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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