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중요한 지정 이유를 빼거나 표현을 완화한 것은 미측이 북핵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북핵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뺄 것으로 보인다.
3월 초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당시 미측이 북측에 제시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의 기준점은 ‘모든 핵 시설의 불능화’로 알려져 있다. 미측의 관점에서 핵 불능화는 북측이 더 이상의 핵무기 개발 및 다른 테러지원국에 대한 핵 이전을 포기하는 단계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미측이 핵 불능화의 대가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를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미 의회 등을 설득할 수 있는 기준선으로 북측에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가 핵 불능화 기간을 수개월로 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말도 가능하다.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지정은 매년 4월 이뤄지지만 해제는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연내 해제는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미국은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지정 철회를 결정하고 상ㆍ하원 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뒤 명단에서 북한을 빼는 순서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 다만 북측이 조속히 핵 불능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연내 해제는 어려워 진다.
테러지원국 해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인 납치 문제다. 실제로 장거리미사일 발사유예 북미합의 후 북한 조명록 차수의 방미와 매들린 울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이루어진 2000년 말 미측은 테러지원국 해제를 적극 검토했지만 일본이 강력 반대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일본 민간인 납치와 1970년 요도호 사건 주범인 일본 적군파 4명의 보호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납치 문제 진전 없이는 미측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며 “현 상황으로 봐서는 북미관계 개선보다는 북일관계 개선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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