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경영(총장)과 나라 경영(대통령)은 차원이 다른데 너무 성급히 뛰어들었다. 정치에 발을 담갔던 그가 연구와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서울대 인문계열 J교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17대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1일 '친정'인 서울대 식구들은 씁쓸해 했다. 정 전 총장은 지난해 말 대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학교 안팎을 분주히 오갔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강단을 떠났다는 게 서울대 구성원들의 판단이었다.
실제 정 전 총장은 "(대선 후보는) 꿈도 꾼 적이 없다"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치적 발언들을 쏟아냈고 정치권은 그를 중심으로 갖가지 그림(시나리오)을 그려내느라 바빴다.
'정치인'으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친정 식구들은 "진흙탕 싸움도 각오하고 흉측한 소문도 견뎌내야 할 텐데, 혹시 상처만 입고 낙마하는 게 아니냐"며 걱정했고, 결국 그 걱정은 현실이 됐다.
정 전 총장은 이제 연구실과 강의실로 돌아와야 한다. 물론 대통령을 꿈꿨던 그의 마음까지 금방 돌아오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에겐 어쩌면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대학원생은 "우리나라에 현실 감각과 개혁성을 함께 갖춘 학자는 많지 않다"며 "정 전 총장이 신망 받는 학자로서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수성, 선우중호, 이기준 등 전임 서울대 총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존경 받는 전임 총장'의 전형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정 전 총장은 늘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그 고민의 정답은 아니라는 점은 그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오늘 오전 10시30분. 여유 있는 웃음으로 강의실에 들어 설 정 교수를 기대해 본다.
사회부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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