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베이비 붐 세대인 단카이(團塊ㆍ덩어리) 세대의 대량 퇴직을 앞두고 일본 경제가 술렁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 무렵 태어나 전후 일본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된 이 세대의 퇴직이 역설적이게도 ‘잃어버린 10년’에 작별을 고하며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든 일본 경제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르익고 있기 때문이다.
단카이 세대의 퇴직이 일본 경제에 가져다 줄 가장 큰 효과는 무엇보다 소비확대다. 2007년부터 정년(60세)을 맞이하는 단카이 세대는 일본 인구의 5% 가량인 675만명.
이미 풍부한 금융자산을 보유한데다 정년 퇴직에 따른 퇴직금까지 더해져 일본 소비시장을 크게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단카이 세대의 개인 금융자산 총액은 2004년말 기준 130조엔(1,000조원)으로 개인 금융자산 총액의 10%에 달한다.
여기에 이들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금도 최대 80조엔(6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카이 세대 퇴직에 의한 소비 확대 규모가 퇴직 전후 7조7,762억엔(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건의료, 주택, 여가 관련 산업도 단카이 세대의 퇴직 효과를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금융자산이 많고 적극적인 소비성향을 지닌 노년층 은퇴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돌봐줄 의료ㆍ간호 분야나 건강 보조식품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건강, 복지 시장을 향후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전략적 산업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쾌적하고 안전한 주택에서 생활하려는 의식이 증가하면서 주택 개조나 시설 개선 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노무라연구소는 2006년 7조엔 규모의 주택 개조 시장이 2010년에는 8조엔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일 속에 파묻혀 살던 단카이 세대에게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면서 여행업도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단카이 세대가 지향하는 여행 스타일은 소인원으로 구성돼 특정 테마를 즐기는 SIT(Special Interest Tour) 스타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카이 세대의 퇴직금을 유치하려는 금융회사들의 경쟁도 벌써부터 치열하다. 수입이 없는 노후를 대비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수익 고위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신탁, 채권, 외화예금 등 간접투자상품이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단카이 세대의 은퇴에는 적잖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전문기술을 지닌 인력들이 대량 감소하는데 따른 ‘기술 공백’이 가장 치명적이다. 특히 철강, 조선, 기계업 등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제조업계의 위기감은 상당하다.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정년을 연장하거나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제도를 속속 내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보장비 지급액 증가로 현역 세대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세대간 갈등 조짐도 보이고 있고,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 등에 나서고 있어 물가 상승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단카이 세대의 퇴직은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상황과 닮아 있고 우리 기업에게도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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