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흑인을 대통령으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2008년 대선에서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배럭 오바마(45) 상원의원이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라스무센 리포트의 여론조사 결과 32%의 지지를 얻어 같은 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30%)을 처음으로 누르고 민주당 대선후보 중 선두로 나섰다. 이는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내년 초 실시될 당내 예비경선에서 오바마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를 밀어 올리는 힘은 그의 '스타성'에서 나온다. 그는 가는 곳마다 놀라울 정도의 청중 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연단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오바마, 오바마'의 연호가 터진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그의 카리스마와 매력 넘치는 연설에 대해 "청중을 하나로 묶는 힘을 발휘하면서 그에 대한 사소한 비판조차 신비스럽게 내쫓아 버리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아버지로부터의 꿈', '희망의 담대함' 등의 저서를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은 그의 총명함은 스타성을 더욱 빛내주는 후광이다.
미국의 흑인들이 오바마를 '진정한' 흑인 정치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흑인 유권자들은 백인 어머니와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의 '흑인 정체성'을 처음에는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가 반짝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면서 앞다퉈 그에 대한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 오바마는 흑인 지지도에서 줄곧 힐러리 의원에 뒤져왔으나 3월초 44%대 33%로 역전시키면서 전체 지지도 상승에서도 눈부신 가속도를 내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가 '백인 같은 흑인'에서 '인종 화합의 메신저','적이 없는 흑인 정치인'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극적이다. 정치자금 모금에서도 그는 3월까지 2,480만 달러를 거둬들여 힐러리 의원을 제쳤다.
오바마는 이라크전으로부터 자유로운 몇 안 되는 정치인에 꼽힌다. 2004년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돼 2005년 의정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라크전을 승인할 지에 대한 고민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는 개전을 승인한 힐러리 의원을 "그때 좀더 잘할 수 있었다"고 공격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질수록 그가 더 돋보일 수 있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10세 때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자란 오바마는 하버드 대학원 졸업 후 투자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시카고에서의 흑인 민권운동을 거쳐 1997년부터 주 상원의원으로 활약한 것이 중앙무대 진출의 바탕이 됐지만 2년 남짓에 불과한 연방 상원의원으로서의 일천한 경험은 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흑인이라는 사실이 대선 막판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아직 속단키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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