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제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유지하기란 힘들다. 지난 96년부터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34)도 마찬가지다. 트리플A에 머물던 뉴욕 메츠 박찬호가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동네북’으로 전락했다.
박찬호는 어깨 통증에 시달린 제2선발 올랜도 에르난데스를 대신해 1일(한국시간) 플로리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홈런 2개를 얻어맞는 등 4이닝 동안 6피안타 7실점하고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패전투수가 된 박찬호는 “등판 기회가 다시 올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은 있는데 생각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1회 선두타자 핸리 라미레스를 2루 플라이로 처리한 박찬호는 3회 2사까지 단 한 개의 안타와 볼넷도 허용하지 않고 모조리 아웃시켰다. 박찬호가 삼진을 3개나 잡으며 플로리다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하자 4만여 메츠 홈팬은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상대투수 스캇 올슨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면서 갑자기 무너졌다. 연거푸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린 박찬호는 3번 미구엘 카브레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는 등 안타 3개를 연달아 허용해 5점을 내줬다. 카브레라의 타구가 2루수 대미언 이즐리의 글러브를 맞고 나와 안타가 되는 등 불운도 겹쳤다.
박찬호는 4회에 홈런 2방을 얻어맞아 실점이 7점으로 늘었다. 박찬호가 시즌 첫 홈런을 허용한 플로리다 8번 알프레도 아메자가는 지난해 3홈런에 그친 전형적인 단타자. 하지만 박찬호의 어정쩡한 직구는 ‘대포’가 아닌 ‘소총’에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아갈 정도로 위력이 없었다. 올 시즌 첫 등판에서 패배를 기록한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은 15.75점까지 치솟았다.
메츠는 이날 패배(6-9)로 15승9패가 돼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선두자리를 애틀랜타(16승9패)에 뺏겼다. 윌리 랜돌프 감독은 “박찬호가 갑자기 투구 리듬을 잃었고, 오늘은 특히 기복이 심했다”고 평가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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