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왔던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30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고건 전 총리가 연초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정 전 총장까지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쟁 구도는 혼미해졌으며, 여권의 대통합 논의도 차질을 빚게 됐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국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에서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정치에 직접 참여할 것인가를 놓고 몇 달 동안 신중히 생각해왔다”면서 “하지만 내게 자격과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17대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불출마 결심 이유에 대해 “그간 소중히 여겨온 원칙들을 지키면서 정치 세력화를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비전과 정책 제시 뿐 아니라 이를 세력화하는 활동”이라면서 “지금껏 그런 활동을 이끌어본 적이 없기에 국민 앞에 정치 지도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신당 창당을 위한 자금과 조직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해 7월 서울대 총장 임기를 마친 정 전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출마를 결심할 경우 독자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로 범여권의 대선후보 경쟁 구도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ㆍ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친노 세력이 지원하는 한명숙ㆍ이해찬 전 총리 등의 대결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정동영 전 의장은 “우리 정치의 불행이자 손실”이라고 말했고, 김근태 전 의장도 “즉각 열린우리당을 해체, 모든 것을 버리고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측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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