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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못해? 퍽 퍽…" 초등운동선수 '폭력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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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못해? 퍽 퍽…" 초등운동선수 '폭력악몽'

입력
2007.04.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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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운동선수 100명 중 74명이 신체적 폭력 피해(폭행)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연세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30일 내놓은 ‘학생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746명 중 74.3%인 554명이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는 초등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최근 조사에서 학교 폭력 피해율이 17.8%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높은 수치로 운동선수들 사이에 이뤄지는 폭력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맞고 자란 후배가 폭력 더 휘두른다

누구로부터 신체적 폭행 피해를 당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80.3%가 코치 또는 감독 등 지도자를 꼽았고 운동부 선배는 17%였다. 폭행 당한 횟수는 매주 1~2회가 가장 많은 34.5%, 3~4회도 18.2%나 됐다. 주당 11회 이상 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38명(5.1%)에 달했다. 폭행 당한 경험은 남학생(78.7%)이 여학생(57.8%)보다 많았다. 주로 연습 장소(65.1%)에서 폭행이 이뤄졌지만 합숙소(15.9%)나 경기장(5.3%)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신체적 폭력뿐만이 아니다. 111명(14.9%)의 학생은 ‘성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학생(16.9%)이 여학생(5.9%)보다 3배 정도 많아 눈길을 끌었고, 지도자(45%)와 운동부 선배(36.9%)를 가해자로 꼽았다.

특히 후배에게 폭력을 가한 경험을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5점)까지 선택토록 한 결과 신체적 폭력 피해를 경험한 경우(2.65점)가 폭력 피해 경험이 없는 경우(1.85점)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이는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더 쉽게 가해자로 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때려야 경기 성적 좋아진다

하루 평균 수업을 몇 시간 듣느냐는 질문에 ‘5교시 미만’이라는 답변이 21.8%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심지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연세대 정진영 박사는 “지도자, 학부모 심지어 학생도 ‘때려야 경기 결과가 좋아진다’는 성적제일주의에 빠져 있다”며 “아동 인권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되면 돈도 잘 벌고 출세한다는 생각에 아이가 폭행을 당해 합숙소를 뛰쳐나와도 스스로 아이를 돌려보낼 정도”라며 “경기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합숙이 금지된 줄 알면서도 몇 달 동안 합숙을 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과)는 “학교별 전국 규모의 대회참가 횟수를 1년 2회로 제한하고 전국 규모의 대회 개최 횟수도 단계별로 축소해야 한다”며 “방학을 이용해 전국 대회를 개최하거나 주말을 이용한 권역별 리그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인권위나 교육부 내에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지역별 혹은 종목별로 아동인권 보호 전담관을 배치해 초등학교 운동선수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교육부는 29일 체육 교사나 코치, 선배들에 의해 수시로 저질러지고 있는 폭력 방지를 위해 폭행에 가담한 학생에게는 대회 참가를 금지하고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예산지원을 중단키로 하는 등 학생선수 폭력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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