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권 다툼처럼 요란하진 않지만 훨씬 처절한 것이 이른바 ‘강등권 전쟁’이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의 우승 경쟁 못지 않게 어느 팀이 2부 리그로 강등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개팀 중 하위 3개팀은 다음 시즌 2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과연 누가 ‘살생부’ 목록에 올라갈까. 이천수(울산)가 입단을 타진 중에 있는 풀럼FC 역시 강등권 전쟁 한복판에 놓여 있어 더욱 비상한 관심을 끈다.
마지막까지 누구도 몰라
EPL 36라운드를 소화한 30일 현재 웨스트햄(18위ㆍ승점 35), 찰턴(19위ㆍ승점 33), 왓포드(20위ㆍ승점 24) 3개 팀이 강등권에 놓여 있다. 그 위는 풀럼(16위ㆍ36점)과 위건(17위ㆍ36점)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강등이 확정된 왓포드를 제외하고 하위권 4개팀은 ‘도토리 키재기’다. 웨스트햄과 찰턴은 남은 2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반면 풀럼과 위건은 결과에 따라 강등될 수 있다.
대진은 일단 위건이 유리하다. 위건은 미들즈브러(14위)와 셰필드 유나이티드(15위)전을 남겨두고 있다. 반면 찰턴은 토트넘(8위)-리버풀(3위) 등 강팀을 만나야 하고 웨스트햄 역시 볼턴(5위)과 맨유(1위)를 상대한다. 풀럼은 리버풀이라는 큰 산을 넘은 뒤 미들즈브러와 격돌한다. 결국 38라운드가 모두 끝나야 ‘살생부’가 완성된단 얘기다.
선덜랜드와 리즈 유나이티드의 엇갈린 명암
반면 2부 리그에서 승격이 확정된 팀은 희색이 만면이다.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 1위 버밍엄시티(승점86)와 2위 선덜랜드(승점85)는 다음 시즌 EPL 합류를 확정지었다. 특히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던 선덜랜드의 막판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박지성의 팀동료이자 지난 시즌까지 맨유의 주장이었던 로이 킨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대약진에 성공했다.
반면 왕년에 EPL ‘빅4’로 불렸던 명문 리즈 유나이티드는 3부 리그까지 강등될 위기에 몰렸다. BBC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베번은 “리즈는 6년 전만 해도 (챔피언스리그 진출로) 레알 마드리드와 AC밀란 등과 경기했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3부 리그인) 하틀풀과 월샬로 원정을 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승강제는 리그의 촉매제
당사자들에게는 피말리는 일이지만 강등과 승격을 바라보는 팬들은 즐겁다. 리그 막판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에 뿌리깊은 승강제는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 진출권 부여 등과 함께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펼쳐지는 시즌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촉매 노릇을 해내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는 지난해 2부리그격인 N리그 챔피언 고양 국민은행이 K리그 승격을 거부하는 바람에 유럽축구를 모델로 한 승강제가 처음부터 무위에 그쳤다. 잉글랜드 축구는 모두 6개 리그(아마추어 포함)로 운영되며 상하위 2~4개팀에 승강제가 적용된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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