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당국이 최근 폭증하는 '외상 주식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나섰다. 코스피 지수가 1,600선을 향해 돌진하는 등 증시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외상거래 비중이 불과 4개월 새 15배 가량 폭증하는 등 과열 양상을 빚고 있는 탓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외상거래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고 보고, 증권사가 개인 신용융자를 해줄 때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0.37%에 불과했던 총 거래대금 대비 신용거래대금 비중은 27일 4.95%로 15배 가량 폭등했다.
전체 거래대금은 8조8,900억원, 신용거래대금은 4,405억원으로, 불과 1주일여전인 19일 3.73%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졌다. 총 거래대금 중 신용거래대금 비중은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16.04%까지 치솟았으나 2000년 이후 0.3~0.5%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신용융자 잔고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4,977억원이었던 신용융자 잔고는 3월말 1조원, 4월 중순 2조원을 돌파했고 26일 현재 2조4,459억원에 이르고 있다.
9,472억원에 달하는 미수금까지 더한 전체 외상 잔고는 3조3,931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0.06~0.07% 선을 유지하던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중도 0.3%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거래 규모보다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거래 대금의 절대 규모 면에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편이지만, 전체 거래 대금 중 신용거래 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미수 거래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수 잔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30일간 모든 증권계좌가 동결되는 '미수동결계좌제도'가 5월부터 도입되지만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용융자 기준 완화에 나서면서 신용거래 리스크가 대폭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용거래의 경우 미수거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자금 운용기간이 길기 때문에 누적 손실도 그만큼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증권사들이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신용거래를 통해 투자할 수 있는 종목 지정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최근 주가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루보사의 주가가 계속 급락하는 것도 외상거래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장에 부담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용거래 급증에 따른 리스크를 사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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