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가 달리지 않은 열차가 언제든 출발할 태세로 궤도 위에 있다. 붉은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켰다.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신호다. 전류가 흘러 자기장이 형성되자 열차는 궤도 위로 서서히 떠올랐다. 곧 궤도 위에 뜬 채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달린다.
아직 실용화하진 않았지만 한창 연구중인 자기부상열차를 만나볼 수 있는 이 곳은 대전 엑스포공원 내 첨단과학관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누가,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곳을 찾아보라. 27일 개관한 첨단과학관은 17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연구성과물을 상설 전시한다. 정부의 연구기관들이 막대한 연구비를 뭐에 쓰는지 하는 궁금증도 풀어볼 수 있다. 자기부상열차의 모형은 한국기계연구원 코너에 전시돼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주변지역에서 발생하는 지진파가 대형 모니터 위에 표시돼 있다. 붉은 색 원은 우리나라에서 극히 드문 강진이고 보라색은 잘 느끼지 못하는 미진이다. 또 국내 4개 지역의 음파 관측소에서는 직선이 표시되는 데, 이 선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지점이 진앙지를 뜻한다.
지질자원연은 국내외 관측소로부터 받는 이러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각종 도량형의 표준은 어떻게 정해지고 유지될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시관에선 온도, 시간, 길이, 질량, 물질량, 전류, 광도라는 7개 도량형의 표준이 되는 원기(原器)가 전시돼 있다. 1m 길이는 헬륨 네온 레이저가 진공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인데, 이를 재는 레이저 기구를 볼 수 있다. 1초를 정확히 재는 세슘원자시계도 있다.
어린이들이 관심을 보일 만한 전시관도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학문제 풀이에 열중할 수 있는 한국수리과학연구소가 그렇다. 크기가 서로 다른 9개 원판을, 크기가 작은 것은 반드시 위에 놓는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면서, 한 개 기둥에서 다른 기둥으로 옮기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베트남에는 64개 원판을 다른 기둥으로 모두 옮기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하노이 탑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옮겨도 5,833억년이 걸린다. 삼각형과 사각형, 오각형, 원형 등 각종 맨홀뚜껑 중 맨홀에 빠지지 않는 뚜껑은 무엇인지, 포물선 아무데나 부딪혀도 구슬은 왜 항상 한군데 구멍으로 떨어지는지, 사각형 박스에 원기둥을 하나 더 넣는 방법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 보자. 맨홀뚜껑은 원만 빠지지 않으며, 포물선에 부딪힌 구슬은 초점으로 향하고, 사각형 박스에 원기둥을 벌집처럼 쌓으면 하나 더 넣을 수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설치된 확대경 앞에선 어린 학생들이 떠날 줄 모른다. 머리와 피부를 확대해 숲이 우거져 보이는 머리카락, 무지막지하게 커보이는 피지를 보면서 깔깔거린다. 이밖에 한국원자력연구원 전시관에서는 화강암, 대리석, 반려암 등 지질의 종류에 따라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선이 어떻게 다른지 볼 수 있다.
대전 샘머리 초등학교 5학년 김준현군은 “아리랑 2호의 모형과 100배 이상 확대해 볼 수 있는 확대경을 본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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