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정당정치 중요성 일깨운 정운찬 전 총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정당정치 중요성 일깨운 정운찬 전 총장

입력
2007.04.30 23:33
0 0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출마를 단념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정치 참여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바 없으므로 '불출마 선언'이라고 말하기도 사실 어렵다. 이런 저런 고려와 숱한 망설임 끝에 역시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는 대선 도전을 단념한 이유로 '자격과 능력 부족'을 들었다. 현실적 장벽을 돌파해낼 수 있는 능력, 그의 표현대로라면 '정치 세력화' 능력의 부족을 절감했다는 뜻이다.

비전과 정책, 국가 장래를 위한 방향 제시가 아무리 훌륭해도 국민 지지를 끌어 모을 수 있는 세력을 규합하지 못하면 현실적 의미가 없음을 몇 달 만에 깨달았다는 뜻이다. 간단한 상식을 확인하는 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 전 총장은 굳이 '정치 세력화'라는 뒷맛이 남는 말을 택했지만 '정당'으로 바꾸어도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현대 민주정치가 자연스럽게 정당정치로 흘러온 세계적 보편성을 생각하면 애초 정치 참여를 고려할 때 마땅히 전제해야 할 조건이었다.

한국의 정당이 정책ㆍ이념적 성격이 약하고, 때로는 단순한 패거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나마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현재의 정당정치 구도에 대해 어느 정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했다.

정 전 총장의 중도 포기는 고건 전 총리의 모습을 일깨운다. 흔히 말하는 '참신성'으로 치자면 정 전 총장이 앞설지 모르지만, '경륜'으로 승격될 수도 있는 경험이나 인지도에서는 고 전 총리가 월등했다.

그런 고 전 총리도 현재의 정당정치 구도 앞에서 권력의지가 위축됐다. 그러니 정 전 총장의 중도 탈락은 사실상 예정된 일, 시간 문제의 일이었을 뿐이다. 사회적 혜택을 정치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낡았다.

우리는 정 전 총장의 포기가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일부 유권자들의 실망이 정치 허무주의가 아니라 제도화한 정치에 대한 재평가의 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 전 총장은 스스로 밝힌 대로 '지식인으로서 사회 발전에 기여할' 다른 방법을 찾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