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없었던 바로크 오페라의 명작 <리날도> 가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세계 오페라 연출계의 최고 거장 중 한 사람인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내한하고, 베네치아의 라 페니체 가극장과 밀라노의 라 스칼라 가극장을 빛냈던 프로덕션을 그대로 올린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리날도>
하지만 <리날도> 는 우리에게 친숙한 <라 트라비아타> <카르멘> <토스카> 등 보다 150~200년 전의 오페라로 그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아무 준비 없이 공연을 접했다간 당황할 수 있으므로 약간의 감상 팁을 소개한다. 토스카> 카르멘> 라> 리날도>
우선 <리날도> 는 독일 출신의 헨델이 런던 청중을 위해 만든 오페라지만 전형적인 이탈리아 나폴리 스타일이다. 이를 보통 오페라 세리아라고 하는데, 여기서 세리아는 ‘슬프거나 심각하다’는 뜻보다는 ‘정통적’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리날도>
그런데 바로크 오페라에서 정통적이라 함은 우리 상식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남자 주인공 역을 여성의 음역으로 노래하고, 레치타티보와 아리아가 쉼 없이 교차하면서 6명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주역급 가수들의 독창 위주로 극을 끌어간다. 아리아는 폭풍처럼 빠른 곡이든 느린 라멘토(悲歌)든 거의 A-B-A’의 다카포 양식이다. 특히 장식음이 많은 반복구(A’)에 주목하면 노래 듣는 재미가 배가된다. 두 쌍의 사랑이 잠시 어긋날 뻔 했다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도 당시 오페라의 뻔한 공식이다.
나폴리 오페라는 허장성세의 오페라이기도 하다. 바로크 시대 관객들은 오페라를 통해 감동을 구하기보다는 가수들의 노래자랑과 멋진 무대 장치의 쾌감을 얻고자 했다. 피치의 연출은 바로크 오페라 세리아의 이런 성격을 잘 잡아냈다. 신화화한 십자군 전쟁의 주인공들은 그리스 혹은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상처럼 영웅적으로 서 있거나 배 또는 말을 타고 있으며 제 발로 걸어 다니지도 않는다.
게다가 계속 펄럭이는 영웅들의 거대한 망토는 관객까지 빨아들일 듯 대단한 시각효과를 줄 것이다. 피치는 이런 아이디어를 무척 창조적으로, 또 위트 넘치게 구현하면서 바로크 오페라가 갖고 있는 허장성세의 눈부신 위력과 그 우스꽝스러움까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물론 십자군 소재의 극은 그 결말이 불편하지만 옛날 유럽의 대본가나 작곡가, 청중도 역사적 진실의 왜곡이라는 것을 다 알면서 즐겼던 것이므로 우리도 극장의 허풍으로 받아들이면 될 일이다.
음악공동체 무지크바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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