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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반가운 보수혁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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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반가운 보수혁신론

입력
2007.04.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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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도 이메일을 통해 정견을 밝히는 일이 잦다. 보내오는 전자우편을 다 읽지는 않지만, 눈길을 끄는 글도 있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글이 그러하다.

'보수혁신론을 제창한다-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길'이라는 제목부터가 여느 글과는 달라 보였다. 그는 같은 글을 다시 일반우편물로도 보내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대선의 날이 가까워 오는, 뜨거운 신호이기도 하다.

편지는 한나라당이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하지 않는 한, 정권은 그냥 오지 않는다는 경고로 시작된다. 그는 한나라당의 개조를 위해 7 가지 자기혁신 방안을 역설하고 있다.

이 중 냉전ㆍ수구 이미지를 벗어야 할 것, 대미 자주노선을 강화할 것, 분배와 평등 문제를 등한시하지 말 것 등은 파격적이지만, 당의 성숙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주장이다.

● 홍준표 의원의 수구 벗어나기

그는 냉전ㆍ수구 이미지 벗기에 대해 상세히 얘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006년 1월 "소극적ㆍ방어적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으로 전환한다"고 강령을 개정했다.

냉전ㆍ반공시대를 벗어나 유화정책을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옛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강경론자의 목소리만 크기 때문이다. 대세는 이미 북미관계 호전, 남북 간 평화정착의 단계로 이행되는 남북 평화시대를 향하고 있다.

대미 노선과 관련해서도 그는 한나라당이 친미 일변도의 접근법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각에서 한국은 이미 온정을 베풀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깨달았으므로, 한국도 대등한 입장에서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달라진 국가 위상에 맞게 자주노선을 강화하고, 높아진 국민의 자존심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분배와 평등 문제에서도 한나라당이 '성장이냐 분배냐'의 이분법적 선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장의 혜택은 부의 편중, 소득의 양극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성장동력의 회복을 말하기 전에 한나라당 스스로 분배와 평등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말로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진정성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민을 위한 '반값 아파트 정책'을 제시한 적도 있으나, 그보다 전에는 'DJ 저격수'라는 썰렁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북 쌀 지원과 핵 문제를 연계시키지 말고 북한을 독립적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진보정권은 10년 동안 보수정권이 못한 남북화해공존의 시대를 열었다"며 스스로 바뀐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신당 등이 정치적 이합집산과 세(勢) 불리기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사이에 나온 그의 제안은, 그만큼 신선해 보인다. 한나라당이 그의 제언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안 만큼의 새 희망을 느끼게 한다.

또한 그가 올해 대선에 직접 주자로 나설 야심을 드러내는 것인지, 이명박 박근혜씨 등에 힘을 보태는 역할로 만족할 것인지도 아는 바 없다.

그러나 그 제안은 경쟁자들을 흠집 내기 위한 발언이 아니며, 다른 대선 주자에게서는 들어보지 못한 참신성과 합리성이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손학규 남경필씨 등의 한계를 넘는 큰 가능성도 발견된다. 어찌 보면 그는 손학규씨와는 반대의 길을 걷고 있기도 하다.

● 정치운동, 철학으로 추인 돼야

그러나 또한 그의 편지는 가치관과 철학의 변화를 천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선 전략용이라는 점이 아쉽다. 정치적 운동은 철학을 통해 추인되어야 하고, 철학은 평소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나타나야 믿음을 얻는다.

때문에 그의 편지에서 경세가의 자질을 읽을 수는 있으나, 아직 그리 큰 감동이 와 닿지는 않고 미더움도 덜하다. 그의 혁신론은 온 몸으로 밀고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전략이 아니라 본질적인 당위성으로 혁신을 주창하고, 본격적이고 치열하게 실천하는 모습을 더 기대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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