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 보이’ 등 폭력적 장면을 담은 영화들이 버지니아공대 총격참사의 범인인 조승희씨에게 영향을 줬을까. 사건 직후 제기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미 시카고트리뷴은 29일 이 사건을 영화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 영화 비평가인 마이클 윌밍턴은 “이번 사건이 마치 전시나 영화 속에서 보는 폭력과 닮았다는 점에서 버지니아공대 영화 담당 폴 해릴 교수는 ‘올드 보이’를, 또 다른 사람들은 존 우 감독의 홍콩 갱스터 스릴러물 등이 범인 조씨에게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윌밍턴은 그러나 “조씨의 정신이상 상태를 연상케 하는 그러한 영화들이 조씨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결론짓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고 반문하면서 “조가 ‘올드 보이’ 등을 봤는지, 설사 보았더라도 그것이 그로 하여금 범행을 촉발시킨 중요 요인이 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중요한 문제는 왜 관중들이 극단적인 폭력영화에 반응을 하는가의 문제이고, 그 이유의 큰 부분은 우리 주변에서 잔학한 행위들을 많이 보면서도 이에 대처하는데 무력감을 느끼는데 있다”면서 “영화는 기껏해야 이를 이용하거나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호했다.
한편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사건을 조사할 버지니아주 8인 위원회가 내주로 예상되는 첫 회의를 앞두고 핵심증인들에 대한 소환권 등 실제 조사에 필요한 권한이 없어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조사위는 조씨의 범행 동기를 규명하기 위해 조씨의 부모나 누나를 증인으로 채택하거나 경찰 조사결과를 공유하는 문제 등에서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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