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후 15년간 국내 농업 생산은 총 10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농어업 분야에서는 1년 내에 1만6,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만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는 15년간 83조원 가량의 생산 증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FTA 여파로 산업별 흥망이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다.
국산 쇠고기 15년간 2조7,000억원 생산감소
농업 분야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분야는 역시 한우 농가로 나타났다. 쇠고기 관세(40%)는 15년간 같은 비율로 줄어 15년 후부터는 완전 철폐된다. 이에 따라 국내 쇠고기 생산은 1~5년에는 연평균 365억원 감소했다가, 11~15년에는 한해 3,000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양돈 농가의 피해도 한우 농가와 맞먹는다. 국산 돼지고기의 생산도 15년간 2조3,0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농업 분야 중 축산농가의 피해가 3분의 2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고, 축산ㆍ과수ㆍ곡물 등 전체 농업 분야의 생산 감소액은 15년간 10조465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수산업 분야도 수입이 크게 늘어 국내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명태, 넙치 등 수산물 수입액이 15년간 총 1억8,000만 달러 가량 증가하고, 국내 수산업의 생산 감소액은 15년간 총 4,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생산ㆍ수출은 '날개'달아
가장 많은 혜택을 볼 분야는 역시 제조업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만 15년간 총 163억 달러의 수출 증가가 예상됐다. 자동차 생산액 증가는 15년간 총 4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기ㆍ전자 분야의 수출ㆍ생산 증가도 자동차의 절반 정도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됐다. 섬유 분야는 15년간 연평균 4,800억원 가량의 생산 증가가 예상되지만 기대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철강ㆍ화학 분야는 별다른 혜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반덤핑 무역규제에 노출된 철강 분야는 관세 인하와 생산성 증대를 모두 고려해도 대미 수출과 수입이 연평균 200만 달러씩에 그쳤고, 생산 증가액도 고작 연평균 591억원에 불과했다.
약값 연간 최대 1,364억원 추가 지출
FTA 발효 후 10년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은 연평균 904억∼1,688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10년간 많게는 총 2조5,000억원 가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관세 철폐로 인한 피해와, 허가ㆍ특허 연계 및 공개자료 보호 등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한 피해를 모두 합친 규모다.
미국산 수입 의약품 가격은 싸지지만 국내 업계의 복제약 출시가 지연되면서 소비자 혜택은 연평균 127억∼1,364억원이 감소해 그 액수만큼 약값 지출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서비스업에서는 방송 분야의 국산 콘텐츠 비율 완화로 연간 27억원 소득감소, 지적재산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으로 연간 71억원 로열티 지불액 증가가 예상됐다.
연구원 관계자는 그러나 "서비스 분야 혜택의 수치화가 어려워 잘 부각되지 않지만, 한미 FTA로 인해 제조업 중심의 산업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재편될 만큼 서비스업 분야에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분석 한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연구원 관계자는 분석결과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 "약 80% 정도"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가장 적합하다는 분석모델을 적용해도 과거의 계량 방법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해 한미 FTA 출범 전 발표한 자료다. 당시 자료는 한미 FTA로 인해 무역수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자료는 무역수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연구원측은"지난해에는 전반적인 거시효과 분석이 필요해 거시분석에 주로 쓰이는 '연산가능 일반균형모형(CGE)'으로 분석을 했고, 이번에는 각 연구원별로 개발된 분석모형을 통해 분야별 수출입 증감액을 산출한 후 합산했다"고 해명했다. 분석방법의 차이로 인해 결론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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