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S클럽에서 피해자들을 직접 폭행하지 않았고 청계산 폭행 현장에도 가지 않았다며 주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30일 새벽까지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과의 대질신문도 처음엔 거부했다. 김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날 경우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그 뒤에는 치밀한 전략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S클럽 사장 및 종업원 6명은 경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김 회장이 S클럽과 청계산에서 직접 폭행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김 회장과의 대질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김 회장만이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 경찰은 종업원들이 입을 맞췄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어 이들의 진술에 더 신빙성을 두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폭행 사실을 입증하는 객관적 증거나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 S클럽이 있는 북창동 인근 CCTV는 작동이 안돼 관련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고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 통신 내역 조회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김 회장 측은 경찰이 피해자나 목격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검을 감안해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여지를 최대한 많이 남겨 놓으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태로 김 회장이 기소된다면 법원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범죄에 대한 입증이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재판 도중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의 진술이 바뀌거나 진술 중 시간, 장소 등 내용이 오락가락 한다면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죄 선고가 날 여지가 있는 셈이다.
폭행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탓에 일부 혐의에 대해서 유죄가 나더라도 감금ㆍ폭행과 같은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높은 혐의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S 클럽 종업원들이 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도 김 회장 차남을 폭행한 가해자라는 사실도 눈여겨 볼 만하다.
김 회장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세질수록 이 종업원들의 사법처리 가능성은 더 열려 있다. 김 회장측은 이 점을 노려, 종업원들이 추후 진술을 바꿀 여지를 남겨두려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부인 전략이 결국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술집 종업원들이 진술이 일관되게 폭행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데도 혼자 부인함으로써 구속 여부 판단의 결정적 요소인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크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장 구속은 피하더라도 부인 전략이 향후 재판과정에서 형량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명백해 보이는 혐의에 대해 재판에서 계속 부인하면‘반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높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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