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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 경제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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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일본 경제의 봄날

입력
2007.04.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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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개월째 지속되는 경기 상승세, 경제성장률의 3배를 넘는 설비투자 증가율, 심지어 도요타 자동차의 세계 1위 등극까지. 한마디로 요즘 일본경제는 화려한 봄날이다.

생산과 투자, 수출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그 덕에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는 선순환 현상이 완연하다. 1990년 버블붕괴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세계 2위의 경제강국으로 활기찬 면모를 되찾는 느낌이다. 경기 회복은 심지어 결혼과 출산 증가로까지 이어져 "아기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는 신문 기사도 등장했다.

▦ 특히 일자리가 넘쳐 기업들이 인력 확보에 혈안이라는 얘기는 부러울 뿐이다. 대학 졸업자보다 기업의 채용희망 인력이 2배나 많아, 웬만하면 4~5개 대기업 중에서 골라가는 상황이다.

교수들은 취업이 너무 쉬워 학생들이 공부를 제대로 안 한다고 불평할 정도다. 여러 개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른바 '프리터족'이 사회적 이슈가 된 10 여년 전과는 너무나 다른 광경이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가슴이 답답하다. 만성적 청년실업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일자리 1개를 놓고 대학생 4명이 다툰다. 공무원 시험에는 최고 민간기업의 사원까지 몰려드는 판이다.

▦ 일본경제의 부활은 저금리와 엔저라는 유리한 거시환경에 힘입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의 꾸준한 구조조정의 결실이다. 기업은 종업원 수를 줄이고, 임금 인상을 자제했다.

정부 역시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공적 지출과 공무원 조직을 과감히 축소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을 쏟아 붓던 과거 정책의 실패를 거울 삼아 규제 완화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5년 동안 규제 완화로 얻은 경제적 효과가 18조 3,000억엔(14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경제를 살리는 데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 신자유주의적 처방에는 후유증도 뒤따랐다.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하면서 비정규직이 1,600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고용의 40%를 육박한다.

임금도 물가상승률을 따르지 못해 8년 연속 실질임금이 떨어지는 추세다. 빈부격차 확대도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 역시 성장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력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대기업 사이에서는 임금이 오르고,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구조조정을 배운 일본으로부터 다시 우리가 배워야 할 차례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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