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여행을 계획중인 회사원 김모(44)씨는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외에도 로얄크메르항공, 프로그래스멀티항공 등 캄보디아 국적 항공사들이 앙코르와트 관문인 씨엠립 직항편을 띄우면서 항공편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만 마카오 베트남 등 경유편까지 합치면 노선은 7개나 된다”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직항편이 없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1,000만명 시대가 국내 항공사에게만 호재인 것은 아니다. 늘어나는 한국 관광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생소한 외국 항공사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 한국 영공은 그야말로 전세계 항공사들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1년 3월 인천공항 개항 당시 45개사 였던 외국항공사는 현재 63개로 늘었다. 정규 취항 항공사외에 아비아스타항공(러시아), 에어파라다이스(인도네시아), 스카이마크항공(일본) 등 국적조차 낯선 항공사들까지 임시 취항 했다가 도중에 중단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항공자유화 협정을 적극 체결하면서 한국 취항에 눈독을 들이는 항공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얄크메르 등 캄보디아 국적기가 대거 한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해 맺은 항공자유화협정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항공자유화협정을 체결한 케냐는 이미 인천-방콕 노선에 공동운항(코드쉐어) 형태로 취항 중이며, 아프리카 직항노선도 검토중인 것이다. 이밖에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항공자유화 협정을 추진 중이어서 유럽노선의 대폭 확충도 예상된다.
휴양지로 유명한 남태평양 섬나라 취항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에어프랑스 자회사인 에어칼린은 최근 인천-뉴 칼레도니아(프랑스령)를 잇는 직항편 노선 개설 검토에 들어갔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파리 취항을 조건으로 프랑스 정부에 추가 노선을 허락해준 ‘EU 지정항공사 조항’에 따른 것이다.
노선 확대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신규 취항 외국 항공사 중 상당수가 항공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영세 업체라 항공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항공기 결함이 생겨도 대체 편을 마련하지 못하는가 하면, 발권 업무를 대행해주는 국내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항공기를 억류당해 운항이 취소되는 곳도 나오고 있다.
노선 운항도 불규칙해 최근 3년 동안 에어파라다이스, 에어홍콩, 라이언에어, 스카이마크, 푸켓항공, 아비아스타 등 14개 항공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해외 여행객 증가, 항공자유화협정 등으로 해외항공사의 국내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를 의도적으로 거부할 수도 없다”며 “대신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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