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우주로의 왕복여행 '웜홀'이 열쇠
2070년 과학자 프레드릭 핼럼은 텅스텐-186이 플루토늄-186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다른 우주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중성자수가 많아 불안정한 플루토늄-186은 핵력이 훨씬 강한 우주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핼럼은 플루토늄-186에서 에너지를 뽑아 쓰는 방법을 개발, 지구의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고 벼락부자가 됐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늘어나는 플루토늄-186이 우리 우주의 핵력을 증가시켰고 그 결과 태양이 점점 밝아져 곧 폭발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알고 보니 이는 다른 우주에 사는 생명체들의 ‘생존작전’이었다. 지구의 과학자들은 초강력 입자가속기로 다른 우주로 통하는 구멍을 뚫고, 갓 태어난 아기 우주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대안을 찾아냈다. 하지만 아기 우주가 폭발하면 과연 우리 우주는 안전할까?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SF)소설 <신들 자신> 은 이처럼 다중 우주 사이의 소통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지금은 평행우주가 있다 한들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물리학자들은 다른 우주로 가는 통로를 찾을 날이 오리라 믿는다. 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는 이 책 <평행우주(parallel worlds)> 에서 “연구중인 대통일장 이론은 수조 년 뒤 종말을 앞둔 우리 우주의 지적 생명체들에게 다른 우주로 탈출하게 할 생존지침서”라고 일컫는다. 평행우주(parallel> 신들>
과연 어떻게 다른 우주로 갈 수 있을까?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이어진 웜홀이 그 후보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영화 <콘택트> 의 원작 소설을 쓰면서 자문을 구한 물리학자 킵 손은 3년간 면밀히 연구한 끝에 “음의 물질과 음의 에너지가 있다면 웜홀을 통한 왕복여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물론 웜홀 통과에서 살아 남으려면 먼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결합된 ‘만물의 이론’이 완성돼야 하고, 블랙홀에 탐사선을 띄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실험적으로 블랙홀을 만들어볼 필요도 있다. 카쿠는 “현재 만물의 이론 후보로 각광받는 초끈이론(M이론)이 빠르게 발전해 수십 년 뒤면 결말이 날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블랙홀을 만들 때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콘택트>
웜홀이 안전하지 않다면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엄청나게(10의80제곱g/㎤) 압축된 진공에 약간의 물질을 던져넣으면 된다. 아니면 작은 공간을 10의29제곱K(절대온도)까지 가열했다가 빠르게 식혀 시공간을 불안정하게 만들면 우주가 탄생할 수 있다. 이 때에도 감수해야 할 위험은 있다. 우리 우주와 아기 우주 사이 웜홀에서 방출될 호킹복사는 500만톤짜리 핵폭탄과 맞먹어 도시 몇 개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카쿠는 이밖에 공간을 수축시켜 초광속 여행을 하는 방법, 별의 내파(자체 중력에 의해 안으로 오그라드는 것)를 유도하는 방법 등을 제시한다. 이도 저도 실패한다면? 생명체가 아닌 그 정보를 탈출시키는 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다. 견고한 씨앗처럼, 의식과 DNA 정보를 담은 작고 단단한 나노 로봇이 혹독한 웜홀을 견뎌낸다면 다른 우주 어딘가에서 인류는 생존을 이어갈지 모른다. 우리 우주의 빅뱅도 이런 식으로 전송된 씨앗은 아니었을까? 김영사 발행, 박병철 옮김.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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