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30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당 쇄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하루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쇄신안 내용이 미흡하다는 기류는 팽배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놓고 토론을 거듭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쇄신안에 대해 “좀 지켜보자”며 유보 입장을 밝혔다. 정두언 의원은 오후 늦게 “이 전 시장은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쇄신안 수용이냐 거부냐에 따라 당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여론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은 참모진뿐 아니라 캠프 고문단 등의 의견을 두루 들은 뒤 1일 캠프측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내 분위기는 강경론이 많다. 쇄신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지도부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 체제로는 어렵다는 쪽”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거듭 밝힌 뒤 산으로 가는 등 잠행에 들어갔다. 그의 잠행은 사퇴 검토를 뜻하는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최고위원의 측근도 이날 밤“이 최고위원은 저녁에 지인들과 만나 의견을 들었다”며 “특히 전재희 정책위의장의 사퇴를 보고 생각이 더 깊어졌다”고 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론 온건론도 있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은 “전당대회를 새로 열 경우 심각한 분열이 올 수 있다”며 이 최고위원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참모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연쇄 대책회의를 가졌다. 전반적 분위기는 쇄신안을 받아들이기엔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쇄신안이 아니라 보신안”이라는 격앙된 반응도 있었다. 캠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주로 대선주자쪽에 책임을 돌렸다”며 “쇄신안이 박근혜 전 대표측의 입장을 많이 반영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경선 룰 조정 등 대선주자 간 과열경쟁을 해소할 대책이 빠져 있고 ‘차 떼기당’ 이미지를 벗어날 방안도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부패ㆍ비리 연루 인사를 배제하는 방안이 빠졌다는 것은 박 전 대표 진영에 있는 서청원 전 대표 등을 겨냥한 것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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